[김희수]강의실 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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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강의실 지상주의

[목요세평]김희수 건양대 총장

  • 승인 2011-04-06 14:06
  • 신문게재 2011-04-07 20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캠퍼스에 완연한 봄기운이 가득하다. 학생들 저마다 큰 꿈을 안고 시작했을 새 학기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운동장에는 체육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각 학과 간의 토너먼트가 열리고 있고 교내 잔디밭에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그런가하면 도서관에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거슬릴 정도의 고요가 가라앉아 있다. 부지런히 책장을 넘기며 필기를 하는 학생, 서가에 기대어 이 책 저 책을 섭렵하는 학생, 헤드셋을 머리에 얹고 비디오 시청에 빠져 있는 학생도 있다. 또한 고시실에는 시험날짜를 받아놓은 학생들이 책을 한 줄이라도 더 보려는 열기로 후끈거린다.

이와같이 서로 다른 '젊음'의 모습들은 대학만이 간직할 수 있는 소중한 모습들이다. 학생들이 20대의 나이에 캠퍼스에서 겪는 모든 것들은 그들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좀 더 대학생활다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하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하고 구내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그들의 눈높이에서 대학 행정을 개선해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의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와 학생의 지식전달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모든 중요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접점(接點)이기 때문이다. 교수의 인격이 전달되기도 하고, 학생들의 생각과 의식이 형성되기도 하는 가장 기초적인 장(場)이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 나는 강의실의 위상을 바로세워 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수업중인 복도를 지나가는 여학생들의 하이힐 소리가 면학에 방해된다고 생각하여 운동화나 실내화 신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여학생들의 반대가 심하여 중간에 무산되기는 했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이 진행되는 건물 내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를 많이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년 2학기부터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학생들의 휴대폰은 강의실 앞에 있는 휴대폰 보관함에 넣어두도록 했다. 가끔 강의실을 순시하다 보면, 수업중에 휴대폰을 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교수는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학생은 휴대폰으로 딴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학생들의 항의를 무릅쓰고 휴대폰을 수거하여 나중에 찾아가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생각난 아이디어가 휴대폰 보관함이다. 나무상자에 칸을 만들고 번호를 붙여 수업이 끝난 후에 찾아가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나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번 학기부터 우리 대학에서 내세우고 있는 표어가 '강의실 지상주의'다. 여러 가지 문제가 대두되었을 경우에는 강의실에 관련된 것이 최우선이다. 예산이 투입되는 것도 그렇고 시설의 보수가 필요한 부분도 강의실이 가장 먼저인 것이다.

학교의 이러한 방침에 총학생회에서는 '건양인 3H 운동' 으로 화답해왔다. '정직한(Honesty) 건양', '존중하는(Honor) 건양', '화합하는(Harmony) 건양' 캠페인이다. 그 세부 내용들에는 '정직한 시험문화 만들기' '휴대폰 끄기, 모자 벗기 등 수업태도 바르게 하기' '복도 계단 등 공용 공간에서 정숙하기' '빈 강의실 소등 및 냉난방기 끄기' 등이 있다. 모두 강의실을 예의바르고, 청결하고, 정숙한 공간으로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다.

대학의 구심점은 바로 강의실이며, 운동장이나 도서관, 휴게실 등은 강의실에서 가지가 뻗어나간 부수적인 공간이다. 학생들의 이러한 캠페인은 밖으로 크게 내세우기 보다는 생활의 기본자세를 바로잡자는 자기 성찰의 자세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열심히 체력을 단련하고, 대학의 문화생활을 즐기고, 취업을 위해 밤새워 공부하지만, 대학인의 기본자세는 바로 강의실에서의 성실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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