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미화]마음과 마음이 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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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화]마음과 마음이 통할 때

[교육단상]황미화 천안 나사렛새꿈학교 교사

  • 승인 2011-04-05 14:11
  • 신문게재 2011-04-06 20면
  • 황미화 천안 나사렛새꿈학교 교사황미화 천안 나사렛새꿈학교 교사
▲ 황미화 천안 나사렛새꿈학교 교사
▲ 황미화 천안 나사렛새꿈학교 교사
아기의 울음에는 많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배가 고플 때, 기저귀가 젖었을 때, 졸릴 때, 놀랐을 때 등 내가 듣기에는 똑같은 울음소리 같은데 엄마가 듣기에는 모두 다르게 들린다고 한다. 모두 '응애~~'하고 같은 소리를 내는 것 같은데 예쁜 아기는 다른 울음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것이 엄마와 아기 사이에 있는 긴밀한 교감이자 소통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특수학교 나사렛새꿈학교. 이곳에서 나는 우리 아이들과 지금 그 사랑의 교감이라는 소통 속에 학교의 초보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 아이들을 '중도ㆍ중복장애아'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우리아이들을 볼 때 세상 누구 보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눈이 반짝이는 아이들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말을 할 수 없는 아이, 스스로는 기능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아이. 하지만 마치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울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처럼 우리아이들도 그들만이 가진 독특한 언어로 내게 말을 걸어온다. 때로 익숙한 언어가 아니기에 그 뜻을 헤아려 주지 못해 미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젠 아기와 엄마가 울음만으로 소통하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과 나도 교사로서 때론 학교 엄마로서 사랑하고 소통하고 교감한다.

우리 아이들에겐 모든 것이 배움이 된다. 밥을 먹는 법, 연필을 잡는 법,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법 등 누군가에겐 너무 간단하고 가장 쉬워 보이는 일도 우린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 된다. 몸으로 체득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쉽게 배운 것들이 아니기에 우리아이들에겐 더욱 소중하며 귀한 경험들이 된다. 그러나 그 간단한 가르침 속에서도 일방적인 가르침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 가운데 교사가 아니 한 인간으로서 내가 배워가는 것이 더욱 많은 것 같다. 사랑을 배우고 인내를 배우고 배려를 배우고, 그렇게 더욱 가치있는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한다.

6년 전 처음 아이들 식사지도를 할 때가 생각난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입을 벌리지 않는 학생, 숟가락을 잡아 주어야 하는 학생, 음식을 잘게 잘라 주어야 하는 학생, 위루관을 통해 섭식하는 학생. 상황이 낯설었지만 특수교사로서 무엇을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고 염려되던 때였다. 말이 아닌 다른 법으로 소통해야만 했고 한참을 헤매다 결국 아기엄마의 사랑으로 아이들과 대화하는 법을 터득하고 배워가는 것 같다. 아이들의 작은 표현에 반응하며 그 의미를 찾아 소통하는 학교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랑으로 소통하며 나아가되 숟가락을 바꿔주고 식사 자세를 바로 잡아 주고 입을 벌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특수교사로서 가져야 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더욱 힘쓰는 것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 또한 놓치지 않기 위해 힘쓰고 있다.

특수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과 대화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가르치고 가르칠 것이다. 허나 그 전에 세상에 말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과 마음으로 교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방법. 마치 아기와 엄마처럼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고.

학생들의 눈빛으로 또 소리와 몸짓으로 소통할 수 있는 학교, 교사와 학생 그 이상의 끈끈한 사랑이 어우러져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 가는 학교, 더 나아가 사회에 나아갔을 때 '중도·중복장애 학생'이라는 것 보다 '조금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사랑받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르치며 배우는 학교와 교사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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