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권]사람중심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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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사람중심의 도시

[중도마당]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승인 2011-04-04 14:12
  • 신문게재 2011-04-05 20면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 민병권 법무법인 내일 변호사
얼마 전 서울 사는 친구가 서울에도 자전거 도로가 생기는데, 자전거들은 없고 택시들이 자전거도로를 점거하고 있다고 하였다. 대전시내에서도 최근들어 자전거도로가 설치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서울과 마찬가지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비용대비 효과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가 몇년 전에 독일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신기하게 보여진 것은 도심의 길 대부분이 편도 1차로로 매우 좁으면서 도로 한편에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자전거도로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독일의 시골길을 가보면서 안 것이었지만, 독일에서는 시골길에도 자전거 도로가 따로 설치되어 있었고, 많은 독일인들은 주말에 레저용으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독일에서는 자전거가 자동차와 더불어 명실상부한 도로교통수단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독일에서 이처럼 자전거가 제2의 교통수단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이 중심 되는 도시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도시의 중심가에서는 자동차가 다니기 불편하게 도로가 매우 비좁으면서 차로도 많지 않다. 다만 도심의 외곽으로는 넓은 간선도로들이 잘 닦여져 있어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 좁은 도심의 도로에는 승용차 대신에 전차나 버스들이 느리지만 정확한 시각에 맞추어 다니고, 사람들은 이들 대중교통수단과 더불어 자전거나 도보를 이용하여 도시를 활보한다. 독일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버스나 전철을 탈 수도 있고, 기차역에도 들어갈 수도 있어, 도시의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다.

이와 같은 교통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 독일의 도심속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원시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시민들은 도심속을 걸으면서 자신이 그 곳의 주인공인양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어울리고, 배고프면 길가의 레스토랑 식탁에서 맛있는 것을 주문하고, 걷다가 힘들면 거리의 벤치나 잔디밭에 앉아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들을 음유한다. 인간 중심 도심인프라로 인해 독일 시민들은 자신들의 자연적 자유를 만끽하고 그것을 통해 아름다운 도시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전거도로는 사람중심적 도심인프라와 철학이 전제되어야 그 의미를 살릴 수 있는데, 우리나라 도시의 경우 그러한 전제조건이 마련되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대전시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 교통도 덜 혼잡하고, 도로도 반듯이 잘 개설되어 있으며, 도심에 공원과 도로변에 나무도 상당히 많아 다른 도시들에 비해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전 도심은 한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아닌 자동차가 주인 되는 세상이다. 대전시민들은 편도 2~4차로로 잘 닦여진 도로 사이를 비좁게 다니면서 도심의 주인 자리를 자동차에게 내주고 주변자의 모습으로 전락하였는데, 우리 시민들은 이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이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도심에 잘 꾸며진 공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공원들이 시민들의 품에 안기기에는 사방팔방으로 널리 퍼져있는 도로들이 방해하고 있어서, 아름다운 공원들은 시민들이 많이 찾지 않는 관상용으로 추락해 버린지 오래다. 시민들이 두발과 자전거를 이용하여 우리집 앞마당처럼 그리고 시골동네 마을 놀이터처럼 도심을 즐기기에는 도심의 도로가 너무 넓고 너무 많으며, 이러한 도로들로 인해 시민들의 생태계적 동선이 단절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도시 건설의 미명하에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은 전시탁상행정이고 예산의 심각한 낭비다. 사람중심의 철학을 바탕으로 도심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전제되어야 자전거도로사업도 성공할 수있고, 그렇게 된다면 그 자체로 대전도심이 관광명소가 되지 않을까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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