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삼용 표준과학연구원 기반표준본부장 |
일부 사람들은 이를 보고 지구 멸망의 징조라고 불안해 하기도 했다. 태양이 세 개라면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이 현상은 하늘에 떠있는 엷은 구름 속 육각 기둥형 얼음결정이 태양 빛을 받아 굴절 반사시키면서 나타난 자연 현상이다. 극지방을 제외하곤 잘 관찰되지 않는 현상이어서 이를 보고 야단법석을 떨 만도 하다고 생각된다. 이같은 자연 현상은 달무리, 해무리 등이 있다.
“적막한 밤하늘에 빛나던 달이 둥그런 달무리로 우산을 쓰니 달 위에 피고지던 달맞이 꽃도 서러워 밤이슬에 꽃잎 젖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유명한 대중가요이다. 달무리 현상은 높은 하늘에 떠있는 육각기둥형 얼음결정에 달빛이 비추면서 나타나는 무지갯 빛 둥근테를 일컬으며 달을 중심으로 22도 각도로 나타난다. 이 현상은 근본적으로 무지개의 원리와 같다.
다만 무지개는 액체인 물방울 속에서 굴절, 반사되어 42도 각도로 우리 눈에 보이는데 반해 달무리는 고체인 얼음 결정 속에서 굴절,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온다.
만일 달 대신 그 자리에 태양이 있으면 해무리가 된다. 태양 빛은 달보다 훨씬 밝기 때문에 이때 나타나는 무지개 빛도 훨씬 더 선명하다. 다만 낮에 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의도적으로 하늘을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가 쉽다. 해무리나 달무리 모두 빛의 굴절, 반사에 의한 현상이므로 둥근 고리 안쪽에서부터 빨간색이 시작되어 바깥으로 가면서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으로 변해간다.
필자도 얼마 전 대전에서 테니스를 치면서 하늘에 떠있는 해무리를 만났다. 처음에는 하늘에 해무리가 있는 줄 몰랐는데 테니스 서브를 넣기 위해 하늘을 쳐다보니 갑자기 해무리가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무지개 색이 영롱한 해무리는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해무리나 달무리는 높은 하늘에 얼음 결정을 갖는 구름이 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비가 올 확률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때문에 예전부터 일기 예측에 활용되었다. 때로는 해무리의 아름다운 무지갯 빛 때문에 길조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만일 해무리 현상이 저녁 무렵 태양의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 나타나면 가짜 태양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태양을 중심으로 해와 동일한 높이의 둥근 테 근처에 빛의 반사로 인해 가짜 태양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태양의 양쪽에 나타날 수 있기때문에 대기 상태에 따라 태양이 두 개 혹은 세 개로 관찰된다. 보통 태양의 고도가 낮은 극지방에서 잘 관찰 되었으나 이번에는 중국에서 관찰이 되어 뉴스를 장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태양과 가짜 태양을 연결하는 흰색 고리가 동반될 수 있으며 이는 얼음결정 바닥면이 지표면과 평행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주로 빛의 반사에 의한 현상이므로 흰색 선으로 보이게 된다.
매일 보는 태양이지만 세 개의 태양은 신비롭다.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 현상이 이해가 되지만 그 전에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앞선다. 이상하고 신기한 기상 현상을 보고 냉정하게 그 속에 숨은 과학을 살피는 것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이 뜨거워지고 이로 인해 북극의 추위를 가둬두는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더 추워졌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덧 우리 곁으로 봄은 이미 다가 와 있다. 따뜻한 봄을 한껏 맞이하며 마음을 따스히 하자. 그리고 가끔은 하늘을 보며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해무리, 달무리를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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