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주 업체 박탈감… 방안 모색을
▲ 박상희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남도회장 |
건설업계도 추운 겨울잠에서 깨어나 계절적 요인으로 중지됐던 공사의 재개와 1년을 꾸려갈 새로운 공사의 수주에 본격적으로 매달려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부에서도 몇 년째 예산의 조기집행을 독려하고 있어 이 시기에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면 자칫 1년 내내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해 조달청에서는 전체 공사의 84%인 12조원을 조기발주한다고 발표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위험도로 개선사업 등에 확보된 예산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각 지자체에 내려 보내 이를 조기집행 하도록 독려할 계획으로 있다.
공사 조기 발주는 지역업체에 수주의 기회가 많아진다.
지역 중소 건설업체의 자금 유동성 확보 및 현금흐름 개선 효과와 선급금 등을 사용할 수 있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부응하고 일시적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상반기에만 공사발주가 집중됨으로 인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단기간 내 공사를 수주하지 못한 업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반면에 한꺼번에 여러 공사를 수주한 업체들 또한 애로사항이 많다.
현재 최대 70%까지 가능한 선급금 규정으로 지자체에서는 공사 계약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선금이 필요없는 업체에까지 선금수령을 독려함으로 인해 업체에서는 계약보증의 2배에 달하는 선급보증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또 선금의 수령으로 추후에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공사금액 인상요구가 불가능해 질 수 있고, 조기 과다발주 덕분에 골재, 철강재 등의 원자재가격 상승우려도 크다.
조기발주와 공사재개가 시작되면서 건설장비 업체의 현실을 무시한 요구가 발생하기도 하고 있다.
한꺼번에 공사물량이 몰리면서 건설업체에서는 기한 내 공사를 마무리하고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것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상반기에는 공사인력 부족과 장비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에 하반기에는 발주급감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이뤄져 중장비 업체와 공사인력 등도 일감이 없어 쩔쩔매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대다수 중소 건설회사 및 건설 관련업체들은 정부의 건설공사 조기발주 시행으로 인해 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올해 공사의 대부분이 상반기에 발주되거나 마무리되며 하반기에는 거의 공사가 없어 손을 놓는 현실로 바뀌게 된다.
지자체에서도 공사조기 발주로 인해 선급금 과다지급에 따른 사후관리의 애로와 재정 조기 집행으로 인한 지방재정의 부담이 가중된다.
선급금을 지급하면 업체에 따라서는 이를 운영자금이나 부채해결을 위한 자금으로 전용해 공사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는 공사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올 수도 있다.
또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는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자 앞으로 거둬들일 세액 등을 고려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데 그에 따른 이자 부담이 고스란히 지자체 몫으로 남는다.
특히, 연초에 보유하고 있던 예산을 모두 써버리면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은 사실상 사라져 그만큼 지자체의 운영 폭이 좁아진다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이러한 것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의 조기집행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얻으려고 단순히 몇 퍼센트라는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장상황을 고려한 집행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기 발주가 집행 측이나 수요 측에서 모든 문제점을 갖고 있다면 몇 퍼센트 이상이라는 양적 측면에 집중하기보다는 이에 따른 문제점과 보완사항을 점검해 실효를 거두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