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짐승의 끝] 끝이 보이지 않는 악몽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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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짐승의 끝] 끝이 보이지 않는 악몽의 하루

생존 위해 분투하는 인간의 절규 감독: 조성희 출연: 박해일, 이민지, 유승목, 박세종

  • 승인 2011-03-31 15:23
  • 신문게재 2011-04-01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 짐승의 끝
▲ 짐승의 끝
줄거리-허허벌판에서 택시를 세우고 합승한 야구모자를 쓴 남자. 만삭의 소녀 순영은 그 남자가 이상하다. 야구모자는 순영과 택시기사의 과거를 줄줄 꿰더니 “10초 뒤에 전기가 나간다. 천사가 내려올 거야. 꽉 잡아!”하고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그가 ‘0’을 외치는 순간 모든 전기가 끊기고 세상이 조용해진다.

‘짐승의 끝’은 조성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신인 감독이 지금 한국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6년 중편 ‘남매의 집’으로 7년 동안 빈자리였던 미장셴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학생 경쟁 부문) 3등,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두바이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며 단박에 기대주로 떠올랐다.

종말론의 암시를 계속 흘리는 묵시록적인 분위기, 현실과 초현실, 웃음과 공포가 버무려 지는 기묘한 장면은 그만의 인장. 솜씨도 솜씨지만 영화계가 주목하는 건 놀라운 상상력이다. 그는 동화를 끌어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형태의 동화로 빚어낸다. 인간의 악마성 혹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욕망을 충격적으로 그려내는 듯한 상상력은 관객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충분히 남겨둔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짐승의 끝’을 “묵시록적인 비전을 담고 있는 영화는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을 만큼 많지만 이것보다 더 잘 만든 영화가 언뜻 떠오르지 않을 만큼 비전이 철저하고 완결성을 가졌다”고 평한 박찬욱 감독(‘올드보이’ ‘박쥐’)은 ‘정말 엉뚱하고 그로테스크하고 황량하고 씁쓸하고 스산한 영화”라고 들려준다.

‘짐승의 끝’을 수입하기로 한 독일의 래피드 아이사의 관계자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다”고 평했다.

‘짐승의 끝’은 만삭의 소녀 순영이 겪는 기괴하고도 섬뜩한 이야기다. 폐허를 헤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쯤 되는 이야기는 갈수록 끔찍하고 찜찜하고 찝찝해진다.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이 뒤통수를 친다. 대전아트시네마. 아트시네마는 여러 편의 영화가 한 스크린에 상영되고 있으니 관람하러 갈 때 꼭 상영시간을 확인하는 게 좋겠다. (042)472-1138.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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