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 사회과학대학장 |
미국의 하버드대 교수 조셉 나이는 국민이 왜 정부를 불신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정부의 과도한 영역, 정부의 정책 성과미흡, 예산의 비효율적 집행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는 비효율적이며 돈을 너무 많이 쓰고 그것도 잘못된 분야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부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추진에 경제적 합리성보다는 정치적 논리가 지배하여 매우 낮은 비효율성을 가져온 사례가 많다. 그동안 추진되어 왔거나 추진하려는 공항건설, 철도역과 도로건설 등의 일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간, 국민계층간, 정부와 국민간의 갈등과 불신을 가져오고, 결국 정부의 통치능력의 한계로 나타나며, 국가예산, 즉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정책추진에 있어 경제적 합리성과 효율성을 중시하고, 약자와 소외된 집단과 지역을 배려하는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하며, 정치적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방사선 물질 누출과 같이 국민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리 작은 문제더라도 결과와 영향력 등을 적시에 소상하게 공개하여 국민들의 이해와 설득을 통한 국민들의 불안과 정부불신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우리나라 원전과 관련한 한 조사에서 국민들은 57%, 전문가들은 90%가 안전하다고 응답하였다.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잘 나타내주는 조사결과다. 문제는 전문가들마저도 100% 안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완벽하고 정확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이웃나라 일본마저도 이번 지진과 해일에 체면을 완전히 구기고 말았다. 사회과학은 확률의 논리에 따라 연구가 진행된다면, 자연과학은 확실성의 논리로 연구가 이루어져 99%도 진리가 아닐 수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치명적인 원전같은 시설은 99%가 아닌 100%라도 지나침이 없다. 점검하고 또 점검하는 전문가정신과 완벽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시되고 이에 대한 정부와 관계자들의 지속적이고 확고한 의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적당히, 대충대충, 알아서, 괜찮아, 설마' 등은 이제 용도폐기처분할 때가 한참 지났다.
가끔 잊을만하면 실시되는 민방위훈련실태를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의 형식적인 행정행태가 어떠한지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정말 위기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각종 형태의 국가 재난에 대비한 지침서(매뉴얼)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침서가 실제 상황에 적합한지, 최선의 지침내용인지, 관계기관과 국민들에게 충분하게 알리고 숙지하도록 하는지 궁금하다. 재난의 형태와 원인은 다양하고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므로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하는 완벽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허둥지둥 대처방안을 제시하다가 며칠 지나 잠잠해지면 흐지부지되어 유사한 사건과 사고가 반복됨으로써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무한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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