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한 상견례 |
'경상도 며느리는 절대 안 된다'는 전라도 집안의 총각이 '전라도 사위만 아니면 된다'는 경상도 처녀의 집에 제목 그대로 '위험한 상견례'를 시도한다. 서울말 속성 과외까지 받은 한국의 로미오는 과연 예비 장인의 허락을 받아내 줄리엣과 맺어질 수 있을까.
'위험한 상견례'의 설정은 아슬아슬 위험해 보인다. 해묵은 지역감정을 웃음코드로 써먹는다. 씁쓰레한 뒷맛이 빤히 예상되는 상차림에 관객들은 숟가락을 얹을까. 영화는 슬쩍 꼬리를 내린다. “쌍팔년도 이야기인데요, 뭐.”
음악다방에선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이 흘러나오고 한국의 마이클 잭슨 박남정이 막 등장하던 시절이 배경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의 대결이 영남과 호남을 웃고 울리던 시절, 부산에서 '해태껌'을 찾던 전라도 사내에게 가게 주인은 흰 눈질을 해대고, 전라도 나이트클럽을 부산으로 착각한 박남정은 '부산 갈매기'를 외치다 치도곤을 당한다.
'용감한 자가 미녀를 얻는다'는 이 상황극은 캐릭터 코미디를 내세운다. 얼굴은 '방자전'의 변태 사또, '해결사'의 어리숙한 형사,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숙맥남을 연기해 '미친 존재감'으로 불리며 강한 인상을 남긴 송새벽. 순수청년 현준역을 맡아 자신은 진지하면서 관객들은 배꼽 쥐게 하는 특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하지만 어눌하면서 조곤조곤한 그의 말투는 주연의 자리에서 극 전체를 아우르기엔 카리스마가 좀 달린다.
연기력이 출중한 코미디의 달인들이 포진해 다소 느슨해진 관객들의 시선을 그러모은다. 첫 만남에 악수 대신 야구공을 던지는 골수 경상도 아버지 백윤식, 두 얼굴의 어머니 김수미, 호시탐탐 현준의 흉을 노리는 고모 김정란, 전라도 쪽은 백윤식과 고교 야구부 시절 라이벌을 이뤘던 현준의 아버지 김응수, 삼촌 박철민 등이 맞서 송새벽의 뒤를 탄탄하게 받친다.
오랜만에 실컷 웃었다. 두 집안의 갈등이 해소되는 삐끗한 신파 코드에서도 웃었다. 정작 웃기는 건 지역감정이란 케케묵은 이야기가 여전히 유효한 '코미디스런' 현실이다. 입맛이 쓰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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