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기선 한서대 총장 |
항공(aeronautics)과 예술(arts)교육을 특성화 분야로 선택한 결정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항공교육분야가 국내 항공산업과 비교하면 시설과 교육인프라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대학으로서는 수도권에 비해 비교적 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활주로와 관제탑 등 각종 첨단교육시설을 가진 자체 비행장을 건설함으로써 아시아권에서는 최고의 항공교육시설을 갖춘 교육기관으로 발전시키는데 있었다.
예술분야에서는 특히 디자인분야에 중점 둔 특성화를 목표로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세계화 물결과 상품의 경쟁력 강화가 화두로 되면서 디자인분야의 필요성이 크게 강조되기 시작했다. 마침 디자인산업의 기반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 지식경제부의 지원에 힘입어 디자인센터를 설립, 감성디자인개발에 착수하였으며 서울의 감성디자인지원센터와 미국 롱비치의 국제디자인센터 등과 더불어 국내대학으로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기관으로 발돋움하였으며 최근에는 타 학문과의 연계를 통해 융합디자인교육을 창출하는 지정기관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특성화 계획을 일정한 단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항공분야에서 이론교육에 못지않은 실습교육을 위해서는 경량비행기에서 제트기, 헬리콥터 등이 있어야 하고 그 밖에도 관제탑, 시뮬레이터 등 고가의 장비를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디자인분야도 고가의 자동제어 장치 등 항공분야의 투자에 못지않은 기본적인 투자가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학과 특성 등을 고려하여 비교 우위분야를 중심으로 과감한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도 특성화는 '구조 개혁 등 특성화의 추진에 요구되는 여건을 조성하여 지역 및 자원을 집중 혹은 재분배함으로써 대학 자체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제한된 재정여건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성화 분야에 중점 투자를 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 다른 학문분야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적을 수밖에 없게 된다. 비교우위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하다 보면 다른 쪽에서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특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정부가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대학의 다양화·특성화를 장려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난 2009년 종료된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이나 새로운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이 대표적인 국책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지난해까지 주로 대학들이 자체로 추진하는 특성화 정책에 토대를 두고 비교우위적 평가 기준에 따라 각기 독립적으로 지원되었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교육역량강화사업과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선정을 연계, 전자에 선정 되지 못하면 학부교육 선도대학선진화 사업에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 같은 정책은 일찍부터 특성화 정책을 추구해온 대학에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이다. 한정된 재정으로 교육수요나 필요성이 매우 높은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목표로 대학 자산을 분배해왔기 때문에 대학의 전반적이고 획일적인 역량에 관한 평가 준거라는 관점으로만 본다면 원천적인 불리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소규모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경쟁력의 원천은 역시 특성화의 일관성있는 추진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의 정책이 개별 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형편에서 정책의 변경은 비록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어려운 여건에서 독자적인 특성화를 추구하고 있는 대학들에 혹시라도 부정적인 신호를 줄 가능성은 없는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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