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종균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 |
특허소송의 경우, 침해 여부를 명확하게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문제가 된 특허권에 대한 무효소송이 제기되거나, 피소자가 자신이 보유한 특허권으로 반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송이 복잡해지고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 특허소송을 수행하기 위한 비용은 국내에서보다 훨씬 더 크므로 국제특허소송의 장기화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미국의 지식재산권 전문잡지인 매니징 IP(Managing Intellectual Property)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특허소송 평균 기간은 약 2년, 평균 법률비용은 약 3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이 외국에서 피소당한 후에 소송대응을 하는 경우 이처럼 높은 비용이 지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하면 사전에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대응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특허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오늘날 지식경제사회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특허분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조그만 DVD 하나에도 수 천가지 특허가 사용되는데 특허분쟁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막연히 우리 기업은 문제없겠지 라는 안일함은 버리는 게 좋다.
국제특허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출 국가에서 외국의 경쟁기업이 선점한 특허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후, 자신의 수출제품이 외국 기업의 특허를 침해하는지 판단하여 침해 가능성이 높다면 특허침해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만약 회피방안 마련이 어렵다면, 해당 특허를 무효화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함으로써 유리한 입장에서 외국 경쟁사와의 라이선싱 협상을 진행시킬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전분석 자료들은 외국 법원이 자사의 수출제품에 대해 가처분ㆍ가압류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특허전담 인력이 없는 상당수의 중소기업에는 이와 같은 분쟁예방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이들 기업은 특허청의 국제 지재권 분쟁지원 사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허청에서는 수출 중소기업을 위해 국제 지재권 분쟁대응 전문가 풀을 관리하고 이들을 활용하여 특허분석 및 라이선싱 전략 수립에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분쟁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허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지재권 소송보험을 통해서 대비할 수 있다. '지재권 소송보험'이란 사전에 가입된 보험을 통해서 특허소송 등이 발생하였을 때 소요되는 법률비용을 충당하도록 하는 제도다. 특허청에서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이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에는 보험료 일부를 보조해주고 있다. 소송보험은 아직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효과적인 분쟁 위험 관리 수단으로 보험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 기업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해외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외국 기업이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 조사결과 우리 기업의 국제특허분쟁 발생건수는 2008년 123건, 2009년 141건 지난해에는 169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특허분쟁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고, 기업의 분쟁위험도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장기간의 국제특허소송은 이겨도 손해다. 이제 기업들은 소극적으로 피소당하기를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분쟁을 예방하고 대비하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사전에 효과적으로 국제특허분쟁을 예방하고, 보험을 통해 소송을 대비한다면 수백만 달러의 막대한 비용을 허비하지 않고도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게을리하여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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