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링크 |
이 책 제목인 '블링크'란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박거리거나 반짝이는 상태를 말한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나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첫 2초 동안 우리의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뜻한다. 저자는 그런 짧은 시간에 내린 판단이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하고 내린 것보다 더 나을 수 있음을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사람들은 찰나에 이루어지는 인간의 본능적인 판단이나 인식에 대해 신뢰를 주기 보다는 오랜 시간을 투입하여 면밀하게 분석하고 많은 정보와 시간을 투입하여 신중하게 판단할수록 성과가 좋아지리라 막연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무의식이 핵심정보를 순간 포착하여 내리는 판단이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과학철학자인 칼 포퍼는 “우리의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라고 말했고, 허버트 A 사이몬은 “인생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판단 또는 의사결정행위는 동물의 생존 수단이다. 산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연속이고, 우리는 그런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한다. 어떤 문제는 수초 이내에 또는 즉각적으로 판단해서 해결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큰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반면에 어떤 문제는 평생을 두고 장기간에 걸쳐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도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판단해도 되는 문제는 이성적으로, 합리적인 사고와 질 좋은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사회과학 또는 자연과학에서 인간이 해결하고 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이러한 이성적 절차적 판단을 요구하는 문제들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과정은 이와 같이 충분히 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기법들을 학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처럼 불과 수 초 만에 잠재의식 또는 무의식의 세계에 의존해서 즉각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그렇게 내린 판단이 장기간 분석해서 얻은 결론 보다 더 정확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선입견이나 당시 상황에 의해 이러한 순간 판단이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므로, 오랜 경험과 훈련에 의해 무의식 세계에서 발현되는 판단력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순간적인 판단력은 본능적인 감정에서 발화되는 직감과는 다르다. 시간이 짧을 뿐, 블링크도 이성적인 판단이다. 다시 말해서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체득하여 DNA로 유전되어온 직감은 교육이나 훈련에 의해 그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힘들지만, 블링크는 상당부분 교육과 훈련을 통해 그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인간의 능력은 결국 올바른 의사결정능력으로 가늠하므로,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가르쳐온 합리적 이성적 의사결정과정 이외에도 '블링크'와 같은 초단기 의사결정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판단능력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구체적 방법론이나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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