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이 갈수록 늘고 확산 범위가 넓어지는 가운데, 강원도에서 방사성 물질 제논이 극미량이나마 실제로 검출됨에 따라 불안은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일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 원자로에 관할구청 관계자들과 원자력 연구원 관계자들이 내부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손인중 기자 dlswnd98@ |
28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강원도 대기중에서 검출된 방사성 제논(Xe)의 공기중 최대농도는 0.878bq(베크렐)/㎥로 조사됐다. 이는 방사선량률로 환산할 때 0.00650nSv/h로 우리나 자연방사선 준위(평균 150nSv/h)의 약 2만3000분의 1이며 국민 건강과 안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이번에 확인된 방사성 제논(Xe-133)은 방사성 요오드(I-131)와 세슘(Cs-137)과 마찬가지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의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 중 하나다.
KINS는 대기확산 컴퓨터 예측모델을 이용해 방사성 제논의 이동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극히 일부가 캄차카반도로 이동한 뒤 북극 지방을 돌아 시베리아를 거쳐 남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INS 관계자는 “편서풍을 따라 동쪽으로 퍼진 방사성 물질이 지구를 한 바퀴 돈 것이거나 캄차카반도를 타고 시베리아로 들어가는 기류를 타고 들어온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2주가 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기간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는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발견될 가능성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KINS는 환경방사선을 감시하기 위해 대도시 소재 대학교와 지방기상대, 원자력발전소 주변, 군부대 내 등 전국 70곳에 방사선감시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감시기는 대기중 전체적인 환경방사선 준위가 어느 정도인지, 사람이 1시간당 어느 정도의 방사선량에 영향을 받는지 등만 측정할 뿐 어떤 방사성 물질이 어느 정도 농도로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못한다.
전국 12곳의 지방방사능측정소에서도 대기중 먼지와 같은 형태로 존재하는 부유물질을 포집해 요오드와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의 유무와 농도 등을 분석하고 있지만 제논은 기체 형태이기 때문에 포집되지 않는다.
이번 검출된 제논의 경우, KINS가 설치한 70곳의 방사선감시기가 아니라 동부전선에 북한 핵 활동 감시를 위해 설치한 별도 장비가 제논을 감지한 것이다. 이 장비는 일반 방사선감시기에 비해 감도가 70만배 가량 뛰어나 극미량이라도 제논을 검출할 수 있었다. 국내에 이처럼 제논을 감지할 수 있는 장비는 동부전선에 1대만 설치돼 있어 다른 지역에서는 대기중 제논의 존재여부 자체를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편, KINS는 울릉도·독도 주변, 제주도 남쪽 해역, 서남부 도서지방 등 20곳에서 해수와 해양생물 시료를 채취, 방사능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제논 검출을 계기로 주 1회 대기 물질을 채취, 방사선 물질을 검사하던 전국 12개 방사능측정소에서 앞으로 매일 분석을 할 계획이다. 현재 12곳에 설치된 측정소에서는 1.2m 높이, 즉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과 비슷한 환경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방사성 물질 존재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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