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최고주의 적극 발전시켜야
▲ 배세영 건양대 경영행정대학원장 |
일단 일본보다 우리가 앞서간다는 것 자체에 동의를 하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갑작스럽고 어려운 질문에 답변을 잘하지 못했다. “역시 은사님께서는 학생 때나 지금이나 항상 어려운 과제를 주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사상가 새뮤얼 헌팅턴에 의하면, 한국 사람들은 특유의 근면성, 교육, 조직, 기강, 극기정신 등 '발전지향적'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한국인 고유의 DNA인 열정과 용기, 지식 및 문화에 대한 탐구 본능, 공동체 의식, 인자한 심성이 우리에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를 바탕으로 1960년 이후 48년간 32배로 국부를 키웠을 뿐만 아니라 세계가 놀랄만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한 가지를 더 첨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즉, 우리가 일본인들보다 '높은 목표'를 정해놓고 '빨리 빨리' 그것을 성취하려는 욕심이 많아서 그렇지 않은가하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사람들 중 흡연을 하는 사람들은 대학생들조차 대부분 담배 중 제일 비싼 2500원 짜리 담배를 사서 피운다. 일본 사람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은 가격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각자 자기 신분과 분수에 맞는 담배를 사서 피운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제일 좋은 것', '제일 비싼 것'에 관심이 많고, 생산에 있어서도 최고의 상품을 생산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것이 빠른 경제성장으로 연결이 되었고, 이러한 '최고주의'가 우리로 하여금 지난 해에는 벨기에를 제치고 세계에서 7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부국(富國)을 이룩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지난 여름 필자의 생일에 가족들이 비싼 것이라면서 호들갑을 떨며 사준 옷이 26만원 짜리 유명 브랜드 점퍼였다. 사실 26만원이란 돈은 작다면 작고, 또 어떻게 보면 가계에 부담이 되는 돈이다. 그런데 겨울이 되어 입고 다니면서 가만히 살펴보니 이 옷은 주로 동네 중학생들이 많이 입고 다녔다. 중학생들의 부모라면 30대 후반이나 40대 초중반 정도 일테고, 그 아빠들의 봉급은 내 연봉에 비해 비슷하거나 낮을 텐데 어떻게 이 아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30만원에 가까운 옷을 입고 다닐 수 있을까?
나쁘게 말하면, 내 자식만큼은 좋은 옷을 입혀야지 하는 부모의 마음과 이름이 있는 브랜드만 찾는 아이들의 허례허식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이 브랜드는 국내에서 날개가 돋친 듯 옷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대다수의 부모들이 검소하게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분수에 맞는 값싼 옷에 만족하여 그 이상을 원치 않는 일본인들의 소박함과 비교하여 보면 우리의 이런 '최고주의'를 향한 적극성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십년 동안의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일본은 최근에 역사상 가장 큰 지진과 쓰나미가 동북부 지방을 휩쓸고 가서 그 지역은 폐허가 되었고, 인명 피해만도 수 만명에 달하는 슬픔을 겪고 있는 판국이라 이웃나라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마음 아픈 상황이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TV에서 보여주는 일본인들의 침착함은 잔잔한 감동으로 밀려왔으나 정부의 임기응변적이지 못한 매뉴얼적인 늑장 대응은 '빨리 빨리'에 젖어 있는 우리로서는 많은 답답함을 자아냈다. 우리 같으면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도 토로해 본다.
필자는 따라서, “우리가 요사이 일본보다 잘 나가는 이유는 주어진 삶과 생산에 만족하는 일본에 비한 우리 국민들의 최고주의에 기인하며, 이것은 온갖 어려움이 닥쳐올 미래를 대비하는 슬기로움으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은사님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싶다. 은사님께서 모쪼록 장수하셔서 오래도록 우리 경제를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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