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틱 헤븐 |
달콤하고 포근하다. 여기 세 사람이 있다. 골수암 투병 중인 엄마를 살리기 위해 골수가 맞는 사람을 찾아 나선 미미, 먼저 떠난 아내를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민규, 할아버지에게 첫 사랑 소녀를 찾아주고 싶은 지욱. ‘엄마’ ‘아내’ ‘소녀’로 이어지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이끌던 인물들은 병원의 침대밑, 경찰서, 천국 등에서 알게 모르게 마주치고 결국 하나로 합쳐진다. 잠복근무, 복수극.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소동의 귀결은 죽음이다. 마지막 장 ‘로맨틱 헤븐’은 늘어놓은 이야기 조각들을 끌어 모아 죽음에 대처하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으며 아름다운 로맨스를 연출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은 선물이다.
‘충무로의 재간꾼’ 장진 감독의 재기발랄 상상력은 천국을 묘사하는 데서 빛을 발한다. 청량한 하늘과 구름, 넓은 벌판과 잔잔한 바람에 평화로이 잠을 청해도 좋을 천국은 행복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고 가장 행복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곳이다. 또 범접하기 어려울 것 같은 신과 티타임도 가질 수 있고, 의외의 협상을 제안할 수 있는 곳이다.
슬픔을 다독이는 이 가벼운 위안은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물음엔 답을 주지 못한다. 하느님과 베드로로 분한 이순재와 이한위, 형사 역을 맡은 임원희와 김원해가 웃음을 만들고, 웃음기를 뺀 진지한 김수로와 신예 김지원의 엉뚱한 발랄함이 신선하다. 천국의 색깔처럼 하얗고 순수한 ‘착한 판타지 영화’. 하기야 신은 애초부터 지옥을 만들지 않았다는 데 뭘.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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