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두만강]강물은 강물이자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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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두만강]강물은 강물이자 통로였다

조선족 소년-탈북자 소년의 우정 감독: 장률, 출연: 최건, 윤란, 이경림

  • 승인 2011-03-24 15:25
  • 신문게재 2011-03-25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두만강변의 조선족 자치주 마을에 탈북자들이 수시로 넘나든다. 할아버지와 말 못하는 누이 순희와 함께 사는 창호는 식량을 구하러 넘어 온 또래의 북한 소년 정진과 친구가 된다. 그 사이 한 탈북 청년이 큼지막한 사고를 치고 만다.

▲ 두만강
▲ 두만강
꽝꽝 얼어붙은 강 위에 한 소년이 얼음장에 귀를 대고 모로 누워있다.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있는 걸까. 낭만적인 상상은 곧 깬다. 배가 고파 그 얼음장을 딛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강을 건너던 사람들은 숱하게 쓰러졌다. 소년은 죽음을 흉내 내고 있었다, ‘시체놀이’다.

두만강은 북한과 중국의 경계다. 하지만 꽁꽁 얼면 사람들이 오가는 소통의 통로가 된다. 강을 사이에 두고 사는 동포들. 중국 쪽 조선족과 북한 탈북자들의 마음에도 경계가 있다. 한 핏줄이란 동질감이 소통의 문을 열어주긴 하지만 마음의 벽은 강건하다. 영화 ‘두만강’은 이 경계와 소통을 우두커니 서서 지켜본다. 가슴이 시리고 아리다.

조선족 소년과 탈북자 소년 사이에 피어나는 우정을 그린 영화는 두만강 인근 중국 동포 마을을 무대로 단지 목숨을 건 탈북이라는 살벌한 현실을 넘어 탈북자들과 조선족 동포 사이의 유대와 증오, 고향땅 모국에 대한 애정과 혐오, 그리고 인간의 조건에 관해 시종 담담하게, 그러나 힘 있게 묘사한다.

잔혹하고 절망적이지만 장률 감독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사실적인 영화에서 판타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장면. 그 언젠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다리, 그 다리를 건너서 한 할머니가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 장면을 대하는 순간, 가슴에선 무언가, 거세고 격렬한 뭔가가 비집고 나온다.

두만강은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고향이다. 말 없음의 말로 고향의 아픈 현실을 드러낸 수작. ‘두만강’은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특별 언급을 비롯해 파리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러시아 이스트웨스트국제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여자연기상, 스페인 우렌세국제인디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지극히 한국적인 이아기인데 무엇이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였을지, 꼭 확인해보시길 권한다.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대전아트시네마 상영중. 극장에 가기 전 상영시간을 확인하시길. (042)472-1138.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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