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정부는 고장 난 엘피판처럼 안전하다는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일본의 원전과 구조가 다르고 지진발생에 대비해 내진설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강변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후쿠시마원전은 설계 당시에 대쓰나미나 규모 9의 지진 가능성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천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사고로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대비할 필요가 없었단다. 그 결과 후쿠시마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최고 5.5m의 쓰나미 정도만을 상정해 설계함으로써 이번 같은 14m 규모의 쓰나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방사능 누출사고 라는 2차 피해를 야기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현재 울진 등 4개 지역에서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총 발전량의 31.1%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원전도 모두 해안가에 위치하고 고리원자력 1호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내진설계가 5.5~6.5 정도이다. 이와 같은 기준을 채택한 이유는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1978년부터 조사된 소방방재청의 통계자료를 근거로 할 때 우리나라의 지진발생빈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며, 특히 1990년대 중반이후 지진발생빈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과거 지진발생기록을 근거로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진도 6.0이상의 강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함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대비한 수준 이상의 지진으로 인한 재난상황이다. 한반도에서 후쿠시마원전과 같은 방사능누출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원전은 지진으로부터 절대로 안전하지 못하다.
한편 원자력에너지는 청정한 에너지인가. 원전을 찬성하는 측은 화석연료를 대신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일 뿐만 아니라 매우 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원전의 건설과정과 원료인 우라늄을 채굴 정제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유해방사성 폐기물의 저장관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계산해보면 결코 화석연료에 뒤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경제성 측면에서도 막대한 초기비용은 물론 유해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직접비용과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하면 결코 높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고리원자력 1호기가 사용연한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용연한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따져보면 더욱 놀랍다. 폐기된 원자로의 관리를 위해서는 정상 가동될 때에 못지않은 엄청난 관리비가 소요된다는 점이다. 원자로는 자동차와 같이 사용연한이 다되면 분해해서 고철로 팔아먹을 수도 없다. 시설물 전체가 방사능 덩어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원자로는 한번 가동하면 그칠 수가 없다.
이제 우리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그릇된 신화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우선 정부는 원전의 재난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평시관리체계는 물론이고 재난발생으로 인한 위기상황에서의 효율적 재난관리체계를 구축하여 후쿠시마원전사태와 같은 혼란이 없어야 한다.
정부는 원전건설정책을 고입하기 위해 '안전한 원전'이란 형용모순의 말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말고 에너지정책 틀을 확 바꿔야 한다. 새로운 녹색에너지 발굴과 에너지저소비형 산업구조로 개편하는 중장기적 정책을 추진하라. 아울러 국민 개개인의 차원에서는 원전이 진정으로 걱정된다면 에너지소비절약운동에 동참하는 결단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밀은 “국가의 가치는 결국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의 가치다”라고 했다. 정부의 원자력정책을 변화시키고 후손에게 깨끗한 자연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것은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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