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애프터 |
'죽음 너머'를 말하지만 '히어애프터'는 피터 잭슨의 '러블리 본즈'처럼 너머의 세상을 그리진 않는다. 카메라는 살아있는 사람들 곁에 꼭 붙어 있다.
세 사람이 죽음 너머를 집착하는 이유는 그들이 사는 곳-파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만큼이나 거리가 멀다.
마리는 자신의 체험을 믿어줄 사람을 원하고, 마커스는 형과의 재회를 갈망하고, 영혼과 대화하는 능력을 저주로 여기는 조지는 평범한 삶을 원한다. 81세 감독은 죽음 너머에 집착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병렬로 들려주면서 산 사람이 죽음에 대처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말하려는 듯하다.
한 인터뷰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저세상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른다. 죽음 너머에 뭐가 있고 없는지에 대해서 저마다 믿는 바는 있지만 모두 가설일 뿐이다. 가봐야 아는 거 아닌가.” 따뜻한 충고도 곁들였다. “하지만 서로 만남을 통해 삶은 바뀔 수 있다. 과거에 거쳐 온 고통보다 더 충만하고 행복한 존재감을 가질지 모른다.”
그의 말처럼 세 사람은 기적처럼 한 자리에서 만나고, 기적처럼 희망의 단초를 발견한다.
LA타임스가 평가했듯 이스트우드는 이승과 저승의 문제를 우아하게 표현해냈다.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영상, 느리고 나직한 이야기는 공감대의 폭을 넓히고 감동의 여운을 오래 남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죽을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노장 감독의 충고는 설득력을 갖는다. 살아남았다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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