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원자에너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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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원자에너지의 두 얼굴

[중도춘추]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 승인 2011-03-24 14:12
  • 신문게재 2011-03-25 20면
  • 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 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 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현재 터키의 서부지역은 고대그리스 식민지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고대그리스철학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태어나 기원전 5세기 중반에 활약한 철학자 로이키포스는 “그 어떤 것도 무계획하게 발생하지 않고, 모든 것은 의미를 지닌 필연성에 따라 발생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오늘날 과학에서 얘기하는 인과법칙을 최초로 명확하게 설명한 좋은 예다. 로이키포스의 제자인 데모크리토스는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과 비어있는 공간'으로 표현되는 공간에 대한 개념을 주창했다. 공간은 가득 차 있으면서 비어있기 때문에 분해될 수 없다고 데모크리토스는 주장했다. 분해될 수 없다는 공간의 의미를 나누어질 수 없는 원자로 보고, 이 두 사람을 '원자론자'라고 한다.

이 원자이론이 오늘날 원자이론과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원자가 주는 힘은 정말 대단하다. 아랍의 민주화 운동으로 기름 값은 폭등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올라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97%에 달하는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자원빈국이다. 이런 자원빈국이지만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 것은 바로 원자력 때문이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을 꿈꾸는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에 따르면 전기에너지 원료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그리고 우라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비율을 보면 화석연료 84%, 원자력 14% 그리고 나머지는 수력과 대체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 전력생산량의 절반 정도는 원자력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 특히 석유연료의 비율을 낮출 수 있고 석유요금과 관계없이 전기요금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지난 11일 일본에서는 역사상 4번째 강한 지진이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청정에너지를 꿈꾸는 원자로에 문제가 생겼다. 세계의 모든 이목은 자연 일본으로 쏠리고 있다. 원자력이 보여준 두 얼굴에 대한 시각이다. 안전한 원자력, 친환경 에너지 원자력, 편리한 원자력 등으로 표현되던 원자력이 다른 얼굴을 갖고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다.

지구에 매장된 화석연료는 서서히 고갈되고 있다. 앞으로 석유는 40년, 석탄은 220년, 그리고 천연가스는 64년분만 남아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30년 밖에 사용할 수 없는 석탄만 가지고 있다. 반면 우라늄은 60년 정도의 분량을 갖고 있지만, 재처리 시 3600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생활수준이 향상될수록 에너지 소비는 증가한다. 우리도 이제 예외는 아니다. 여기서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원자력에 목을 매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을 거울삼아 전 세계가 원자력에 대한 생각을 바꿀지 의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원자력을 제외한다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을 거울삼아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를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경우 2%에 불과한 대체에너지를 100%까지 끌어올릴 때까지 어떤 에너지원을 이용하느냐는 고민이 우리에게 놓여있다.

바람을 타고 거친 물결을 헤쳐 나간다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을 (주)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는 3월의 사자성어로 정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닥칠 난관도 지혜와 힘을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며 힘차게 전진하자'라는 해석까지 추가하였다.

마치 일본지진이 일어나 원자력에 문제가 있을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듯 한 사자성어다. 이 사자성어처럼 우리의 원자력은 아무 탈 없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주장한 로이키포스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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