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한호 침례신학대학 총장 |
국가가 공인하는 문단의 법적 협의체(단체)로는 국내적으로는 한국문인협회(이하 문협)가 있고 국제적 기구로는 국제펜클럽(펜클럽)이 있으며, 문예활동을 지원하는 문예진흥원이 있고, 문학 뿐만 아니라 회화, 무용, 사진, 음악, 서예, 체육 등 문화예술인들의 집합체인 예술인총연합회(예총)가 있다. 이 네 단체는 국가와 문단으로부터 지원과 보호를 받는 공인 단체다.
이와는 달리 문학 동호인들이 자비를 출연해서 창작, 출판, 또는 공연활동을 하는 동인회와 협의회 등 순수 문화 예술 활동을 하는 임의단체가 있다.
유사 문인 단체의 난립=안타까운 것은 우리 문단에 이 두 종류의 단체, 즉 법적 단체와 임의 단체 외에 유사 문인 단체들이 범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그런 단체들이 회원 수를 가지고 문단과 문화계의 질서를 흐려놓는 사례마저 적지 않다.
유사 문화예술 단체 중에는 기존 단체가 불법적이라 하여 합법적인 단체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조직된 것도 있고, 기존 단체의 장(長)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낙선한 인사가 만들어 스스로 장이 된 경우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유사 문화예술 단체가 난립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관련 정부 기관과 지방 자치단체가 문화 예술에 관한 정책을 세우거나 지원계획을 결정할 때는 공인 단체와 임의 단체, 유사 단체를 구분해야 한다. 이를 간과하면, 유사단체의 난립을 방조하여 문단이 사분오열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명도가 높은 문인들이 모두 지역 문단을 갈라서 단체 하나씩을 차지하고 지연(地緣)과 관록(官祿)을 앞세워 각종 혜택을 독차지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말이다.
문단의 사유화=개인적으로, 문학지를 운영하던 이가 공인 단체장이 되면 당연히 문학지 운영을 다른 이에게 양도 하던가 포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하는 이들이 있다. 이 경우, 공인 단체가 펴내는 기관지와 개인의 문학지의 성격이 같다보니 광고를 받는 일이나 지원비를 신청하는 일 등등에 이해관계가 엇갈리게 되어 고유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며 많은 부조리를 생산하게 된다. 단체장에 선출된 이는 마땅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운영하는 문학지를 통해 문인을 양산해서 문단의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시도는 건전한 문학 활동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중앙 문단과 지방 문단을 망라해서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 문학인이 사회적 특권층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 곧 문인이며 많은 문인이 생산되는 것은 문학의 저변 확대와 문단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교적 긍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한국 문단을 진단하건대 이를 긍정적 시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문단은 신인들의 창작활동을 격려하고 그들이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는 참신한 역할을 하도록 인도해야지 자칫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총회꾼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성 문인이든 신인이든 무릇 문학인은 독립적 문화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한 편, 혼탁한 문단 풍조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문학 단체나 문학지가 사유화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지방 자치단체의 책임부서나 위촉받은 기구들도 손발을 흔드는 것이 다 춤이 아니며 짧은 글이 다 시가 아닌 것처럼 문학 단체라고해서 다 같은 성격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날로 혼탁해져가는 문화 예술계를 방임·방조 하지 말고 바른 길잡이가 되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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