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사람 됨됨이에 비해 맡은 역할이 너무 컸던 탓에 고생도 많이 하고 어렵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보람과 감동을 맛볼 기회도 참 많았다. 그 많은 사연과 사건 중 가장 안타까운 일은 서천군 서면에 있는 서해클럽의 이봉재 회장이 타계한 것이다. 평소에도 가정과 지역사회와 로타리를 위해 헌신하던 이봉재 회장은 로타리클럽의 회장을 맡으면서 더욱 열심히 활동했고, 자연히 나와 접촉이 잦았다. 자주 만나니 정이 들고, 정이 드니 함께 하는 봉사가 즐거웠다.
이렇게 열심히 뛰던 이 회장은 지구 전체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지구대회 며칠 전에 병이 났고, 열이 펄펄 끓어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도 '지구대회만은 꼭 참석하겠다'면서 잠시 퇴원을 했다고 한다.
결국은 병세가 악화되었고, 위급한 상황에까지 이르러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급히 전원해서 의료진과 가족들이 혼신을 다해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 하고 말았다. 치료 중 나온 검사결과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아마도 일이 바쁘고 주변의 힘든 사람들에게 정을 주다 보니 말없이 참았을 것이고, '언제 한 번 병원에 한 번 가봐야지' 하며 차일피일 미뤘을 것이다. 그리고 도저히 참기 힘든 상황이 되어 치료를 시작하자 선을 넘어 버렸던 것 같다. 응급실에서 손을 잡고 '반드시 쾌차할 것'이라며 위로할 때 고개를 끄덕이던 이 회장의 기운 없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남성클럽이던 서해클럽은 남녀 혼성클럽으로 정관을 바꾸면서 이 회장의 부인을 새로운 회원으로 영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그리고 봉사하는 로타리 정신을 함께 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을 이어가기 위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는 말도 들었다. 지금까지 서해클럽 회원들과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고, 또 아주 가끔 반갑게 만나기도 하면서 지내다가 며칠 전에 이 회장의 아들이 우송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송대 조원권 부총장에게 전화를 했다. '나와 큰 인연을 가진 사람의 애가 당신 학교에 입학했다는데, 혹시 만나면 어깨라도 두드려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다. 호방한 성격의 조 부총장은 특유의 큰 소리로 웃으며 “알았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아마도 관심을 가져주기는 하겠지만 부총장이라는 바쁜 직위에 있는 사람이 신입생 한 사람을 잘 챙겨줄 것이라고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렇게라도 해서 내 마음의 안타까움을 덜고 싶었다. 내가 로타리를 몰랐다면 이봉재 회장도 몰랐을 것이다. 내가 총재를 하지 않았다면 역시 이 회장과의 인연은 없었을 것이다.
국제로타리는 해마다 효율적인 봉사를 위한 주제를 선정한다. 내가 총재를 맡던 시기의 주제는 '로타리의 미래는 당신으로부터'였다. 나는 그 주제를 참 좋아했다. 우리 손에 로타리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뜻이다. 현재 박병달 총재의 임기 중에는 '내 고장을 튼튼히, 세계를 하나로'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생각하게 한다. 큰 뜻을 갖고 있는 주제다.
강한식 차기 총재 임기 주제는 '나를 살피고 세상을 섬기자'다. 개인적으로는 이 주제가 가장 마음에 든다. 좋은 뜻으로 만나는 귀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계속 쌓다 보면 나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세상을 섬기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모두에게 섬김받는 날이 올 것이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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