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표 ]광대여 찌락소를 웃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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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표 ]광대여 찌락소를 웃겨라

[수요광장]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장

  • 승인 2011-03-22 15:08
  • 신문게재 2011-03-23 21면
  •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장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장
▲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장
▲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장
일본에서 일어난 최악의 지진대참사로 관심이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중동의 삭막한 모래위에는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재스민 향기가 휘날리고 있는 중이다. 튀니지의 한 송이 재스민이 억눌려있던 민주화의 열망으로 피어나면서 온 중동지역을 뒤덮는 민주화의 상징이 된 것이다. 재스민은 튀니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면서 국화이기도 하다. 흔히 볼 수 있다는 의미는 튀니지의 민초들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아마도 그런 면에서 재스민이 더욱 민주화의 상징으로 의의를 지니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튀니지의 시작이 말해주듯 민초들은 자유롭게 말하고 풍요로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 권리들이 일부 권력자에 의하여 억눌리고 박탈당하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그 폭발의 순간은 걷잡을 수 없는 위력으로 불타오르게 된다. 튀니지의 소도시 시지부지드의 모하메드 부하지지라는 청년이 최후의 항의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생계를 이을 의지와 권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 청년의 희생이 튀니지 23년 철권통치와 30년 독재정권인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을 무너트리고 계속하여 43년간이나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과 바레인, 알제리, 예멘, 이란까지 온 중동국가들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 될 줄을 누가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이렇듯 민초들에 의하여 무너지거나 무너질 위기에 처한 나라들의 경우 권좌에 앉아있는 권력자들이 국민의 행복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자신들만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맹자는 “현명한 군주는 백성의 생업을 보장한 연후에 선으로 인도한다”고 하였고, 공자는 “의롭지 않으면서 재물이 넉넉하고 지위가 높은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라고 하였는데 이들 국가의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를 옳다고 최면을 걸며 이를 국민들에게 세뇌하고 강요하며 이에 어긋남을 두려워하고 화를 내며 폭압하려드는 찌락소가 되었다. 찌락소는 성질이 못되고 항시 성이 나 있는 싸움소를 이르는 말이다.

옛 우리 남사당패의 이야기에는 못된 사또에 의해서 찌락소를 웃겨보지 못할 시에는 목숨을 앗아가겠다는 겁박을 받은 광대가 지수화풍의 지혜를 발휘하여 찌락소가 좋아하는 암놈의 오줌을 수건과 모래에 반복해서 적시고 햇볕과 바람에 말려서 찌락소가 그 냄새에 반응하여 달려들게 만들어 놓고 결국 제 풀에 지쳐 쓰러져 허덕이는 모습이 꼭 웃는 모습과 같다하여 목숨을 지켰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찌락소가 무너진 이유는 제힘만을 믿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기에만 급급하였기 때문이다. 독재자들의 최후 역시 스스로 무너지든 국민에 의해 무너지든 그 수순이 찌락소와 별반 다르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진리를 인정하거나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마치 불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처럼 결론이 정해져 있음에도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거리낌 없이 짓는 이유일 것이다.

찌락소는 멀리 중동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 앞에도 존재하고 있다. 국민들은 도탄에 빠지더라도 강성대국이라는 기치아래 핵을 앞세우고 불바다의 협박을 일삼고 있는 북한의 김정일을 말한다. 다만 다른 국가와의 차이점이라면 북한의 문제는 곧 우리의 생존과 연결되는 문제이면서도 우리가 개입할 여지가 드물다는 점이다. 여기에 우리의 딜레마가 생긴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앞에 주눅 든다는 것은 곧 찌락소에 굴복하게 되는 것과 같다. 광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현란한 지혜로 찌락소와의 한판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내었다. 우리도 남북문제를 긴장관계의 연속선상에 놓기보다는 대화와 설득과 교류를 병행하는 끈을 놓아서는 안 되겠지만 이를 조급하게 서두를 것이 아니라 인내와 끈기로 북한의 변화를 재촉하는 재스민 향기를 동반하여 찌락소를 웃겨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찌락소가 웃는 그날이 꽃피는 춘삼월에는 일어날 수 있을지 신령스런 큰 무당에게라도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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