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세계적 천재 수학자' 가정교육이 낳았다

[강신철]'세계적 천재 수학자' 가정교육이 낳았다

헤이스케 박사 유년시절·37세 필드상 수상 내용 등 담아

  • 승인 2011-03-22 14:23
  • 신문게재 2011-03-23 12면
  • 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 학문의 즐거움:히로나카 헤이스케 저·김영사

이 책의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일본의 수학자다. 야마구치 현에서 태어난 그는 교토 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친 후,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대수기하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70년에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필즈 메달을 수상하였다. 히로나카는 오랫동안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다 은퇴한 후 일본의 야마구치 대학교 학장을 거쳐, 현재는 소조가쿠엔 대학교의 이사장으로 있다. 일본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일본의 수학 교육에 많은 기여를 했었다. 2008년 3월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석좌교수로 초빙되었다.

▲ 학문의 즐거움
▲ 학문의 즐거움
헤이스케 박사는 중학교 시절에는 음악에 몰두했었고 수학을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유년시절에 입학시험에도 떨어지고, 그런 평범한 소년이 자라서 나중에 세계적인 수학의 천재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업가였던 헤이스케 박사의 아버지는 자녀들이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용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헤이스케 박사는 어릴 때부터 어떤 목표를 정하면 끈기 있게 부지런히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지속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사업이 망하여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행상을 시작하여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머리를 숙이고 싸구려 직물을 팔아서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는 아버지를 보고, 헤이스케 박사는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굽히지 않는 도전정신을 배웠다. 또한 아버지가 늘 말씀하시길, 어른이 되면 자기 스스로 벌어서 자기의 힘으로 살아야 한다고, 독립심을 늘 강조했기 때문에, 헤이스케 박사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또는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학문의 길을 갈 수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었다고 술회한다.

헤이스케 박사의 어머니는 아버지와는 반대로 자녀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자유방임하는 자세로 키웠다. 그 덕에 헤이스케 박사는,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에 있을 때 수많은 천재들 틈에서 늦깎이로 공부를 하면서도 초조해 하지 않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헤이스케 박사가 어렸을 때는 어머니한테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물속에서는 왜 손이 가벼워지나요?”, “목소리는 어디서 나오지요?”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어머니로서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는데도 한 번도 “모르겠다”라고 한 적이 없고, 하찮은 질문을 할 때도 조금도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대답하기 곤란하면 그저, “글쎄 왜 그럴까?”하고 머리만 갸우뚱하며 자식에게 생각할 기회를 줬다. 부모가 박식해야만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자신감과 호기심을 계속 가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이런 부모의 영향 덕택에, 헤이스케 박사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20대에 필드상을 받는 데도 질투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고, 자기는 10년이나 늦게, 수학자로서는 서른일곱 살의 늦은 나이에 필드상을 받을 수 있었다.

헤이스케 박사는 어렸을 때 천재도 아니었고,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었는데, 대학 3학년이 되어서야 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하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지만, 동양인으로서는 드물게, 특이점 해소라는 난제를 해결하여, 37세에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필드상을 수상함으로써 천부적인 재능이 없어도 평범한 사람이 노력만 하면 세계적인 학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 공부에 아직 맛을 못 들인 학생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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