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했는데 “보험금 왜 안줘”

골프보험 까다로운 조건·혜택 줄어…손해율 높아 보험사도 외면

＃. 골프 재미에 빠진 사업가 주모(43)씨는 최근 충북의 모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골프 경력 6년만에 처음으로 맛본 짜릿함이다. 첫 홀인원에 대한 기쁨도 기쁨이지만, 2년 전에 가입한 골프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더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보험사의 확인 절차 과정에서 홀인원을 성공한 해당 골프장의 파 3 홀은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 씨는 “몇 년 전 동반 골퍼가 홀인원을 했을 때 치러야 할 비용 부담이 크다는 걸 알고 보험에 가입했다”며 “하지만, 약관을 자세히 확인해보니 예외였다”고 말했다.

한 때 '잘 나갔던' 골프 보험이 골퍼는 물론, 보험업계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

21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특약으로 판매하는 홀인원보험의 손해율이 증가하면서 홀인원보험 가입건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골프 인구 급증과 홀인원 기록이 정비례하자,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며 혜택까지 줄여 골퍼들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홀인원을 기록하면, 캐디 사례비를 포함해 기념식수 등의 비용을 부담한다. 동반자의 골프비용은 물론, 다음 라운드 비용까지 부담하는 게 일반적으로, 적잖은 비용을 치른다.

홀인원보험이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홀인원보험은 홀인원 기록 시 드는 비용을 보장하는 것으로, 한 때 500만원까지 보장해주던 보험사까지 있을 정도였다. 골프채나 골프 관련용품이 파손되거나 도난당해도 일정 금액을 보상했기에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점차 감소 추세다.

실제, 현대해상 골프보험 가입건수는 2009년 635건에서 2010년 594건으로 줄었다. LIG손해보험 골프보험 건수 역시 1125건에서 960건으로 감소했다.

홀인원보험 조건이 까다로워고, 혜택이 줄어든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지급 한도액을 100만원으로 낮췄고, 정규홀(18홀) 골프장에서 기록해야 하며, 특정홀(깔때기홀)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삼성화재와 LIG손보, 현대해상 등은 보험금 지급 한도를 200만원선 이하로 낮췄다. 또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은 이른바, '깔대기홀'에서의 홀인원에 대해선 보험을 지급하지 않는다.

해외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기록하거나, 골프장 임·직원이 자사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해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손보사들도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심심찮게 홀인원이 나와 (업계에서는)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지급 한도를 줄이는 등 가입을 적극 권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