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위 사례들의 공통점은 사업장에서 노사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대화나 협상을 통하지 않고 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일단 대화를 하다보면 좋은 해결방안을 찾을 수도 있고 자율적 해결이 가능함에도 구태여 시간과 소송비용을 들여가며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의존한다. 우리위원회의 경우 근로자의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중 50% 정도가 구제신청을 접수한지 며칠 내 또는 심판회의 개시 이전에 신청인이 취하하거나 당사자간 화해의 형태로 해결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위원회가 법률자문, 대화주선, 화해안 제시 등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찌되었건 당사자가 좀 더 법령을 숙지하고 대화했다면 50% 이상의 사건이 위원회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비록 우리위원회 사례이긴 하지만 다른 분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본다.
왜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사회 전반의 토론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년기나 학교교육에서부터 토론에 익숙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말로 하게 되면 감정만 더 상하고 문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잡고 있어 지레 대화 자체를 기피하기도 한다. 결국 손쉬울 수 있는 고소 고발, 소송 등 국가에 의한 해결방식에 의존하게 된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듯이 때론 상대방 말만 잘 들어주어도 힘 안들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문제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감정적으로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사소한 오해나 다툼도 초반에 풀지 못하고 송사로 이어지면 설령 승소하더라도 이겼다는 자존심·명예 회복말고는 경제적·정신적 상처만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음으로 우리사회에 만연한 법 경시 내지 법 만능주의 풍조를 들 수 있다. 법대로 해서는 사업하기 힘들다며 법망을 피해가기도 하고 근로기준법 등 기본 법령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근로자들은 사업주가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도 막상 본인들은 취업규칙 등 회사의 기본 규범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근로자나 사용자가 법을 경시하면서도 다툼이 생기면 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는 철저히 행사하려는 모순된 현상이다.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신장된 권리의식만큼 시민의식이 이에 따르지 못한 결과다.
해결책은 한 마디로 평소 대화를 많이 하고 힘들더라도 토론과 협상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합의한 것은 그것이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이건 관계없이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물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된 것은 그 만큼 잘 지켜질 것이며 따라서 법규 위반, 약속 위반 등을 이유로 한 분쟁도 그 만큼 적어질 것이다. 그래서 법은 '최소의 도덕이고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점에서 '법의 목적은 평화에 있다'는 법학자 예링의 말은 우리 모두 곱씹어볼 만한 금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