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한의학연, 전통의학 글로벌리더로 제2도약

[사이언스 칼럼]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한국한의학연구원은 2월 말, WHO WPRO(서태평양지역사무처, Western Pacific Regional Office)에서 기다리던 소식 한통을 받았다. 한의학연이 지난 2008년부터 시작했던 연구원의 'WHO 전통의학 협력센터' 지정이 한국 정부의 검토를 거쳐 WHO 본부의 사무총장 승인을 얻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것.

그간 한의학연은 WHO CC로 지정되기 위하여 국내 한의계와는 물론, WHO 및 기존 WHO CC 지정 기관들과 수많은 논의를 거치고, 때로는 지정이 요원하게만 보이던 어려움도 겪으며 지금의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게 되어 한의학연이 느끼는 감회와 성취감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WHO 협력센터란, WHO가 수행하는 각종 보건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WHO 사무총장이 지정하는 국제적인 협력 네트워크다. 지정된 각 센터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성을 인정받고 회의개최, 전문가 교육, 가이드라인 검토 등 WHO 프로그램의 각종 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지정된 첫 해부터는 4년간 센터 자격이 유지되며, 매년 활동 보고 및 심사 제도를 통해 WHO 협력센터 자격을 유지해 간다.

한의학연 WHO 전통의학 협력센터는 ▲한약물의 안전성, 올바른 사용 및 상호작용 등 한약의 과학적 근거기반 향상을 위한 WHO사업 협력 ▲WHO 전통의학 지역전략 개발 및 전통의학 국제 분류 개발 지원 협력 ▲WHO 전통의학 지역전략 실행 및 WPRO 개발도상국의 전통의학 전문 인력 개발에 대한 지원 협력 등의 분야에서 활동을 하게 된다.

한의학연의 WHO 전통의학 협력센터 지정은 우선 한의학의 글로벌 이미지 및 국제적 위상의 격상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적인 대표 전통의학 연구기관은 1980~1990년대에 WHO CC로 지정되어 WHO와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오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학 부설 연구기관이 일부 담당해 왔었다. 이번 지정에 따라 한의학연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과 같은 위상과 입지로 국제 전통의학 분야 커뮤니티에서 활동 폭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로는 국제 전통의학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들 수 있다. 세계전통의학 시장은 2008년 기준 2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50년이면 5조 달러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는 유망한 분야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학연의 협력센터 지정은 우리나라 한의학의 경쟁력 확보에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의학연은 세계시장 진출의 기반이 되는 국제표준 확보 분야 등에서 한국 한의학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 할 계획이다. 셋째로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세계 전통의학 분야 연구개발 거점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의학연은 앞으로 WHO 회의의 총체적 주관을 통해 기관의 글로벌 역량을 효과적으로 홍보하여 한의학 전 분야의 국가 대표급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해져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 및 기관과의 국제 공동연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협력센터의 첫 활동으로, 지난 16~17일 한의학연 국제회의실에서는 향후 10년간의 서태평양 지역 전통의학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회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오는 10월, WHO 서태평양 지역 총회를 거쳐 본 전략이 최종 발표될 예정이며 세계 전통의학의 미래 10년을 그리는 작업이 대전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이 매우 큰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종 전략을 통해 한의학연은 물론 우리 한의계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전략 실행에 있어 다른 국가들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하는데 충실한 준비를 할 계획이다.

한의학연은 이번 WHO CC 지정을 계기로 한의학의 현대 과학화와 표준화, 산업화,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전통의학 분야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한의학의 표준화 분야에서 갈수록 입김이 거세지는 중국 등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국내 한의학 발전과 세계시장 진출 등을 위한 다양한 지원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WHO 협력센터로 지정된 기관은 특권 보다는 책임과 의무가 더 많이 뒤따르게 된다. 한의학연이 17년간 국내 전통의학 분야 유일의 국가 연구개발기관으로 일궈온 한의학 R&D 전문역량과 주요 성과를 거름 삼아, WHO 전통의학 협력센터로의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2010년대의 세계 전통의학의 글로벌 리더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 하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벅찬 감격을 한의학연, 그리고 우리 한의학계·과학기술계가 모두 느낄 수 있도록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