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26일 백령도에서 발생한 천안함 피격 1주년을 앞두고 대전 현충원 추모전시관 2층 추모글 남기기 게시판에 추모객들이 추모글을 남기고 있다/김상구 기자 |
오는 26일은 46명의 해군용사들이 함상에서 조국을 위해 산화한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1년이라는 시간은 유족과 동료의 상처를 아물게 하기엔 부족했다. 정겹게 불려야 할 그들의 이름은 비석 위에 싸늘하게 아로새겨져 유족과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지만 그들이 남긴 슬픔은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다. 특히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청년들을 그리는 유가족의 절규는 또다시 국민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본보는 오는 26일 천안함 피격 1주기를 앞두고 국민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46용사를 둘러보고 그들이 바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오는 26일 천안함 피격 1주기를 앞두고 46용사의 유족들과 동료들의 그들을 그리는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46용사들에 대한 기억은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46용사들을 향한 유족과 동료의 절규는 천안함 46용사 1주기 추모 특별 사진전이 열리는 대전현충원 보훈미래관 2층. 이들을 기억하는 유족과 친구, 동료의 그리움이 손바닥 크기의 메모장에 그대로 담겨 있다.
고 박정훈 병장의 어머니 글로 보이는 한 메모장은 추모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사랑하는 아들, 아직도 꿈결인 듯 믿고 싶지 않은 현실 앞에 엄만… 그저 멍한 채 살아가고 있다. 너무 보고 싶어서 미치도록 보고 싶은데 46용사묘역 너의 자리 앞에 서면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 앞에 에미는 또 무릎 꿇는다. 미안해…사랑해…그리고 사랑해서 미안해…'
고 임재엽 중사를 향한 그리움의 마음을 적어놓은 글 역시 가슴을 적시고 있다. '그리울 때 눈감으면 더 잘 보이는 사람. 잊고자 지우려 하면 더 많이 생각나는 사람. 돌아올 거라는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사람. 너의 곁에 갈 날 기다리며 오늘도 다녀간다.'
생을 마감했지만 지난 2일 생일을 맞은 고 이용상 하사를 축하해주려고 찾은 친구의 애절한 그리움도 찾아볼 수 있다. '사랑하는 용상아. 너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지는구나. 내가 보고 싶다고 놀자고 하면 무슨 일이든 언제나 달려와 주던 너… 내가 널 많이 힘들게도 해서 미안하구나… 친구야.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행복하게 잘 지내자… 생일 축하해…'
46용사의 묘역에는 가족사진과 친구들의 사진이 담긴 유리상자가 묘역을 지키고 있었다. 하루도 마다하고 46용사의 묘비를 정성스레 닦아오던 고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56)씨 덕분에 이들의 묘비는 여전히 빛나고 있다.
이들이 생전 관리해오던 미니홈페이지와 본보의 천안함 피격 1주기 추모페이지에서도 그리움과 추모의 절규가 묻어났다.
'하늘이 무심하게 느껴집니다' '거기도 따뜻하냐'등 고 손수민 중사의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는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방명글이 이어지고 있었다.
본보 홈페이지에 마련된 천안함 피격 1주기 추모방명록 페이지에서 아이디 '무명시민'은 "벌써 일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족들에게 '벌써'가 '평생'같은 아픔이었을겁니다" "'순국영령'이라는 말 별뜻없이 써오던 단어를 새삼 아프게 새겨봅니다"라고 글을 남기며 46용사를 추모했다.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국민 모두가 현충원을 방문하고 46용사의 묘역을 찾아 추모해준다면 이들의 상처와 고통이 더 빨리 아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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