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국립대학의 통합은 이미 대부분의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비전과 발전 모델을 준비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해 가고 있다. 오직 대전ㆍ충남권의 대학만이 통합을 이루지 못하였으나 이번에는 합리적인 논의과정을 통해 반드시 통합이 성사되어야 하며, 이는 이 지역과 시대가 대학에 요구하는 사명이라 할 수 있다.
통합논의의 필요성을 조사하여 본 결과 공주대는 구성원의 87%가, 공주교대도 구성원의 81%가 찬성하였다. 충남대에서도 교수총회가 열려 교수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그러나 교수총회에서는 그동안 대학 본부가 주도한 통합논의가 절차와 내용에서 모두 문제가 많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이 표출되어 대학통합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임 교수회장 역시 취임사를 통해 통합논의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였다. 먼저 절차상의 문제로서 교수회와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였다. 또한 내용과 관련하여 '충남대학교'라는 교명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고, 대학 본부도 대전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통합과 관련된 충남대 총장의 행보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3개 대학 통합 문제를 학내 행사에서 일방적으로 밝힌 것도 형식과 시기 면에서 부적절하며,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교명을 표기할 수 있다거나 대학 본부를 공주로 옮길 수 있다는 것 등을 밝힌 것도 잘못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학 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묻어둘 수는 없다. 대학 통합은 대학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피할 수 없는 전략적 선택이다. 학생자원의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우수학생 유입, 그리고 국립대학 법인화 등에 대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또한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행정도시로 자리 잡을 것에 대비하여 우리가 취할 선제적 조치이며, 정부로부터 교원의 확보와 행·재정적 지원을 받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통합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더라도 통합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자유와 진리의 전당인 대학 사회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에 공주대와 공주교대에서 이루어진 설문조사는 통합논의를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의견조사다. 충남대도 당연히 통합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구체적인 통합방안이 제시되었을 때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해 찬반 여부를 밝히면 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통합논의를 위한 MOU 체결은 총장의 고유권한이지 구성원들에게 찬반 여부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행정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통합은 서로 다른 개체가 모여 새로운 하나의 실체를 만드는 과정이다.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백지상태에서 토론과 논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더 큰 가치와 목적을 위해 기득권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은 불가능하다. 3개 대학 간 통합도 마찬가지다. 통합된 대학의 교명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거나, 대학 본부가 어디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걸면 통합논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3개 대학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통합논의를 하여야 한다. 다른 지역보다 비록 늦게 시작되었지만 통합대학의 멋진 청사진을 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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