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폐‥폐‥.” 입술은 초조하게 움직이고 힘겹게 입을 열지만, ‘국왕 폐하’라는 단어는 끝내 파편이 되고 만다. 연설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실망감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남자의 얼굴은 절망감에 일그러진다. ‘킹스 스피치’는 국민의 놀림감이었던 말더듬이 왕자가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영국 국민을 독려했던 강단 있는 지도자, 조지 6세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 킹스 스피치 |
특별한 힘은 왕자를 우리와 동등한 자리로 끌어내리는 데서 나온다. 언어치료사 라이오넬은 동등한 위치에서 치료해야 한다며 ‘무엄하게도’ 왕자의 이름을 부르고 독설을 퍼붓고 왕자의 턱을 마구잡이로 흔들어댄다. 압권은 왕자가 라이오넬에게 자신의 어두웠던 시절을 고백하는 장면.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안짱다리를 곧은 다리로 교정해야 했던 어린 시절, 형을 좋아하고 자신을 싫어했던 유모의 괴롭힘, 형의 놀림, 더듬더듬 나직하게 내밀한 과거를 토로하는 장면은 누가 본대도 그의 편이 돼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휴먼스토리는 유머와 위트로 맛을 내고 스포츠영화를 연상시키는 라이오넬의 혹독한 훈련으로 재미를 끌어올린다. 그리곤 왕과 라이오넬이 나누는 감동적인 우정으로 방점을 찍는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클라이맥스에 전율이 솟고, 왕이 라이오넬에게 건네는 “고맙네. 수고했소, 친구”란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것도 그 우정에 취해서일 것이다.
차분하고 섬세한 연출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시의 연기가 발군이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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