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함께하는 삶의 가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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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함께하는 삶의 가치에 대하여

[금요논단]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승인 2011-03-17 15:18
  • 신문게재 2011-03-18 20면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면서 잠이 덜 깬 탓일까, 그 많은 사람이 태어나는데 왜 세상 사람들 중에 똑같은 사람이 없는 것일까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떠올랐다. 너무 당연한 것 같은데 그날따라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인간은 타고난 체질이나 능력, 그가 태어난 곳의 자연환경, 그가 겪는 독특한 개인적인 경험,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 환경, 문화 등의 영향으로 비록 일란성 쌍생아로 태어난 경우조차 모두 개성을 가진 독특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 나름대로 생각의 틀을 갖게 되는 것인데 이것이 고정관념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정관념 중에는 개인적인 고정관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칼 융이 말한 이른바 집단무의식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 중에 하나가 바로 개인의 자유와 책임에 대한 생각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우리나라에 서양문화가 들어오고 인간의 자유문제가 최고의 가치로 자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즉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며 삶의 모든 문제는 바로 자신이 결정해야 하고 그 결정에 항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며 1970, 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변함없는 가치였던 것이다. 물론 평등의 문제를 앞세우는 사회주의적인 경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자유와 책임에 대한 고정관념은 변함이 없었던 것이며 지금도 이 가치는 우리사회의 기본가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유와 책임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무거운 짐이 된다는 사실에 대하여 그다지 주목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에릭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에서 독일과 이태리의 파시즘 등장이 바로 인간의 자유와 책임에 대한 무거움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분석하였듯이 사실 인간은 자유와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이 무거운 짐임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루어 놓은 최고의 가치 중에 하나가 바로 자유민주주의 제도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선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 번 인류가 성장해 온 원시사회를 돌이켜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원시적인 생활을 해 왔고 이러한 원시생활을 통하여 서서히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진화해 왔던 것이다. 원시사회의 생활양식은 단순하였다. 씨족을 이루면서 여러 명이 산 속의 열매를 채취하거나 동물을 잡아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살아온 것이다. 여기에는 오늘날과 같은 인간의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함께하는 삶, 함께 나누어 먹는 삶이 존재하였을 뿐이며 이러한 생활양식으로 수백만 년 동안 살아온 것이 바로 인류였던 것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서 함께 사는 생활양식이 훨씬 적합한 것이었고 이러한 생활양식을 본능적으로 키워온 인간에 있어서 개인적인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은 무거운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렇다고 다시 원시사회로 돌아갈 수 없음은 분명하다. 이미 에덴동산을 떠나온 인간은 다시 에덴동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저주를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있어서 함께 사는 일은 자유민주주의 가치 이상으로 또한 기본가치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왜냐하면 인류가 수백만 년 동안 이루어 놓은 생활양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함께 사는 삶이란 남에게 봉사하는 것, 자선을 베푸는 것 정도의 의미로 전락해버린 것 같다. 이것은 자선이 아니며 봉사라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바로 인류에게 있어서 생래(生來)적인 것이며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와 책임이라는 가치에 밀려 함께 하는 삶의 기본가치는 그저 평등의 한 형태로서의 삼류가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웃나라 일본의 어려움이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함께 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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