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 부여군수 |
금강은 소백산맥에서 발원하여 충남도와 전북도의 경계를 흘러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군산만에서 서해와 만나는 395.9㎞의 강이다. 금강은 중간에 크고 작은 지류를 받아들인다. 특히, 칠갑산에서 시작한 지천 100리길은 천정대에서 금강과 만나 유장한 백마강의 이름이 시작된다. 그 백마강 상류에 부여와 청양을 잇는 부여보가 금강살리기 사업으로 건설중에 있다.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부여보는 메인 컨셉트로 백제의 향기가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 백향유수(百香流水)로 설정하고, 백마강을 지키고자 돌아온 계백장군의 계백위환(階伯衛還)을 부여보의 가동보(수문) 테마로 한다. 말을 타고 백마강을 바라 보는 계백장군을 형상화 해, 부여보가 이루는 치수와 이수의 개념을 수문장 이미지로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랜드마크의 명명은 과거 금강의 영광을 재현하고 금강의 문화 실크로드로서 백제문화를 부활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청양보냐 부여보냐의 지역성에 갇혀서는 안된다. 고유 명사는 역사적 배경과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물리적 결합이나 수학적 셈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이름을 짓기는 어려우나 고치기는 더욱 어렵다. 님비가 핌피로 변화하는 것이 요즘의 한국 세태라고는 하지만 근시안적 접근은 안된다. 백제보가 누가 보아도 설득력이 있다. 보편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익을 공유하는 것보다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시너지를 위해 상생이 필요하다. 700년 대백제의 꿈이라는 선조들의 유산 앞에서 내 앞에 큰 감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이 시대는 대중에게 지혜를 얻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대이다. 뺄셈형, 대립형이 아닌 덧셈형, 윈윈형이 되어야 한다.
또 다른 논란이 있다. 정부에서는 금강 유역에 8곳의 경관거점을 선정해 타 수계와 차별화된 금강 8경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한 지방의 빼어난 여덟 군데의 경치를 일컬어 흔히 팔경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팔경으로 겸재 정선의 관동팔경과 퇴계 이황의 단양팔경이 있다. 부여에도 1920년 당시 부여군수이던 김창수가 지정한 부여 8경이 있다.
문제는 금강 8경중 5경의 명칭이다. 이 문제는 부여보의 명칭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8경의 도입 취지와 그 장소성이 갖고 있는 가치의 저울로 판단할 문제다. 금강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8경은 강 주변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명소로 선정되어야 한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수변의 랜드마크로서 관광 자원화해야 한다. 이수와 치수사업을 넘어서 강변에 흩어져 있는 역사와 문화 자원을 포괄하는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여 금강의 어메니티 가치를 극대화하는 친환경적 수변생태 공간으로 재 탄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5경의 범위를 천정대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부여군의 일관된 주장이다. 천정대는 호암이라고 불리는 바위로 과거 백제때 정사암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임금바위와 신하바위로 나뉘고 각기 하늘에 제를 올렸다. 백제의 22담로들을 지휘하는 재상을 뽑은 성스러운 바위였다. 인재등용의 신중성과 하늘의 뜻을 받들고 민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백제인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 이곳 천정대에서 백제인들은 700년 백제 사직의 바다로의 웅비를 꿈꾸었다.
결국, 5경의 명명은 왕진나루라고 하는 근대사회의 물산의 중심지로 보느냐, 아니면 백제인의 철학적 사유와 국정운영에 대한 가치 판단의 역사적 모멘텀의 장소로 보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금강의 역사적 가치는 백제다. 부인할 수 없는 현재 진행형이다. 백제의 뿌리는 북부여의 주몽이고, 비류이며, 온조다. 사비백제는 성왕이 열었다. 부여와 청양은 백제인의 땅이다. 둘은 나눌 수 없는 한 조상을 둔 형제와 같은 이웃 지자체다. 멀리 보아야 한다.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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