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대학생활의 시작에 이렇게 여러가지 어려움이 중첩되어 있다 보니, 일부 학부모들은 수강신청에서부터 리포트 작성까지 거들고 나서는 경우가 있다. 수강신청이 어렵다 보니 학과 사무실엔 꽤 많은 학부모들이 전화를 걸어와 이것 저것 문의를 한다고 한다. 각 학교에서는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건만 학부모들의 노파심과 지나친 보호본능은 참지를 못하는 것 같다.
자식이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첫 등록금만 부모가 만들어 주고 나머지는 본인이 알아서 하도록 일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선진외국의 경우이고 보면, 이는 도가 지나치다 못해 자식을 바보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연령대로 보면 대학은 바로 그런 것들을 스스로 배워야 하는 나이와 겹쳐 있다. 강의실에서의 공부만이 공부가 아니라 이런 것들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도 공부다. 대학생 자녀를 두고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자녀가 해야 할 공부의 기회를 빼앗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강의실에 들어가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때문에 곤욕을 치를 것이다. 교수는 어쩌다 전문용어를 한 개씩 칠판에 쓸 뿐 친절하게 판서를 해주지 않는다. 경청해서 듣고 메모하지 않으면 강의의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르는 것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강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을 따져 물어야 한다. 십중팔구의 교수들은 그런 학생들을 반갑게 여기고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 줄 것이다. 그런 학생들은 성적도 좋게 나온다.
강의실에서 배운 것은 바로 현실에 적용해야 한다. 현실에 적용하지 않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나 다를 바 없다. 4차 방정식을 배웠다면 그것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하고 실제로 써먹어 봐야 한다. 영어를 배웠으면 그걸 가지고 간단한 문장이라도 만들어 봐야 한다.
토마스 드퀸시라고 하는 영국의 작가는 15세에 그리스어에 능통하여 그 실력이 옥스퍼드의 선생들보다도 나았는데, 그 비결은 매일의 신문기사를 자신이 배운 그리스어로 옮기는 일을 하루도 빼먹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명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천체의 운행을 몸소 느껴보기 위해서 제자들을 데리고 공원에 가서 그들에게 태양과 지구의 역할을 맡기고 자신은 달의 역할을 맡아, 자전하면서 태양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주위를 자전하면서 공전하느라고 진땀을 흘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실제의 적용은 배운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대학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읽기와 쓰기다. 대학의 시험은 대부분 논술식이다. 중고등학교와 달리 리포트라는 것도 있다. 대학에서는 글쓰기를 잘 하는 사람만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글쓰기는 읽은 만큼만 가능한 것이다. 한 과목당 적어도 5~6권의 책은 읽어야 한다. 그래야 시험을 잘 볼 수 있고 교수의 강의에 비판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이 대학시절에 후회하는 것 1순위가 적성 파악과 진로에 대한 고민 부족(33.6%)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새내기 때부터 욕심을 내어 특정 직장을 목표로 정해놓고 그 준비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설령 그 직장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적성이 맞지 않다면 길게 다닐 수 있겠는가? 준비한 목표가 빗나가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기본적인 공부부터 충실히 해야 한다. 많은 공부와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무엇을 해야 할지 나타날 것이다. 미리 입사시험 준비를 하는 것은 대학공부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외국어 공부도 토익공부 보다는 고전을 읽는 것으로 하는 게 낫다. 그것은 인격수양도 되고 어떤 일에든 적응할 수 있는 자신의 가능성을 키우는 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하는 사이사이 기회가 오면 실컷 노는 것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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