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쑨리핑은 중국의 대표적 지식인 중의 한 사람으로 칭화대학 사회학과 교수다.
그의 연구주제는 1980년대에 사회현대화에 중점을 두었다가 90년대에는 중국 사회구조의 변천에 중점을 두고, 지금은 사회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에 잘 나타난 그의 '단절사회' 이론은 국내외 학자들의 관심과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사회정책방향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단절 |
역사상 유례없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사회의 화려한 이면에는 현대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농촌과 도시의 빈민층이 겪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방치되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우리나라가 1960~70년대에 겪었던 경제성장과 사회발전 간의 부조화를 중국도 지금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생활필수품 생산 시대에서 내구소비재 시대로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계층구조별 지출능력의 차이와 소득분배의 불평등, 실업의 증가 등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빈부의 격차와 실업률의 증가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쑨리핑 교수의 '단절이론'에 의하면, 내구소비재의 대량생산과 대중소비 단계로 들어선 사회가 안정되려면 최소한 3가지 사회적 조건이 전제가 돼야 한다. 첫째 인구의 도시집중화 정도가 높아야 하고, 둘째 도시노동자의 월급과 소득이 대체로 높아야 하며, 셋째 어느 정도 완전한 사회보장제도가 실시되어야 한다. 일단 지식사회로 진입하면, 고성장과 높은 고용률로의 회귀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입안자들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편중된 부의 축적에 따른 약소집단의 형성과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문제도 잘 짚어내고 있다. 한편 공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형성된 농민공의 도시 유입에 따른 문제점과 공장자동화와 공업도시의 집중화로 인한 농촌의 공동화 현상 등, 농민들의 도시 유입을 인위적으로 통제한 결과가 빚은 중산층 형성의 실패가 추후 경제성장에 엄청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을 예측하고 있다. 이 면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농촌인구의 도시유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중국에는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공산사회에서의 단위제가 해체되고 사구제가 구축되었다. 이로 인해 정부와 주민자치인 사구 간의 관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사회적 갈등과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 실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과 궤를 같이 한다. 지방정부와 행정관료들의 부패상도 낱낱이 보고되고 있다.
그간 중국이라는 대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당·원·명·청 시대의 고전적 낭만적 사회의 모습과 모택동 치하의 실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철의장막 시대가 겹쳐진 상태에서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화려한 연안도시들의 모습이 혼란스럽게 뒤섞이면서 중국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지금 중국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명쾌한 사회분석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해방 후 60년간 겪어왔던 경제성장과 사회적 갈등을 이들은 20년으로 압축해서 전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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