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 |
그들이 가진 것이라곤 관용과 예술의 도시에 대한 로망, '나의 그림'을 향한 의지, 그리고 6개월 동안 최저 임금을 받으며 밤낮으로 아르바이트해 모은 피 같은 돈이 전부였다.
이 책의 사진 부록 원고를 쓴 이다혜는 집안 사정으로 파리 유학의 꿈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자 “파리 네가 뭔데?”라는 복수심으로 먼 길을 떠났다.
그리고 글과 그림을 담당한 문신기는 그녀의 파리행에 별 고민 없이 함께 했다. 파리로 떠났지만 그들의 '떠남'은 사실은 유학도 어학연수도 아니었다. 그들의 스펙을 기준으로 본다면 거의 한 것이 없다.
무작정 등록한 어학원은 한 달 만에 그만뒀다. 대신 물 만난 고기처럼 미술관을 헤집고 다녔고, 에펠탑이 보이는 다락방에서 책을 읽었다. 선술집 '따바'에서 파리지앵들과 어울려 술도 많이 마셨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난 후 자발적 불법 체류자가 됐다.
이 책은 관절염 같은 청춘을 보낸 두 젊은이의 아픈 기록이지만 번뜩이는 유머와 신세대 특유의 발랄한 감성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전혀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다. 슬픈데 재미있고, 긴장감이 흐르는 데 유쾌하다.
저자 문신기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서귀포에서 자랐다. 건국대 회화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인도, 네팔, 네덜란드, 독일 등을 여행하며 프랑스 파리에서 8개월 동안 머물며 아틀리에에 다녔다. 2008년 삼성생명 디지털파인아트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다혜는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 회화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인도와 네팔을 여행했으며 2006년 8개월간 파리에 체류하며 아틀리에서 미술 공부를 했다. 현재 매솟의 엔지오 단체에서 아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디스커버리미디어/지은이 문신기·이다혜/312쪽/1만38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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