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식 기초연 환경과학연구부 책임연구원 |
특히 철저한 과학적 증거분석을 통한 사건 해결을 드라마화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 범죄수사 드라마 'CSI'의 영향으로 평소 과학수사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 '싸인'을 시청하였을 것 같다.
지난해 초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건은 분단국가로 남과 북이 엄청난 화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사건이었다. 아울러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격침된 것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일이 국가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수년전 발생한 엽기사건인 서래마을 프랑스인 영아살해사건은 국과수의 유전자(DNA) 과학수사의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과학수사 능력을 불신하며, 외교 문제로 확대하려 했던 프랑스 정부도 국과수가 제시한 과학수사 결과 앞에서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쾌거라 할 수 있다.
이 두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범죄사건을 수사하는데 과학수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욱이 과학수사 드라마와 뉴스를 통해 범죄과정이 자세히 방송되면서, 범죄는 더욱 지능화돼 이를 해결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지문감식으로 많은 사건이 해결되었지만 요즈음에는 범죄 현장에 지문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현재는 유전자 분석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문과 마찬가지로 범죄 현장에 유전자 감식을 할 수 있는 증거물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사건이 일어났을 때 초동수사에서부터 사건 현장에 남아있는 미세증거물 등에 대한 과학수사 기법을 도입하여야 범죄 해결을 높일 수 있다. 사건 현장에 남아있는 미세한 섬유조각이나 피해자에게 남아있는 미세 유리조각 등이 결정적인 증거자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일어난 만삭의 의사부인 의문사는 한국판 O J 심슨 사건으로 비교되면서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1994년 미국에서 발생한 O J 심슨 사건은 유력한 용의자로 전남편 O J 심슨이 범인이라는 심증과 정황은 있었지만, 난자당한 채 살해된 심슨의 전처와 그녀의 남자 친구의 사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였고, 탈주하는 심슨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이 내뱉은 인종차별적 언어 때문에 인종 차별 문제로 비화되어 결국 무죄선고가 내려졌다. 초동수사 과정부터 과학수사가 보다 심도 있게 이루어졌었다면 유죄선고가 내려졌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안전부 소속의 국과수가 과학수사를 수행하는 대표기관이다. 이외에도 검찰청에서 과학수사담당관실을, 경찰청에서는 과학수사센터를 별도로 운영 중에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강력 사건 해결에 매달리느라, 과학수사를 위한 새로운 분석법 개발에는 시간을 투자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일선현장의 법과학자와 법의학자들로부터 듣고 있다.
국내 최고의 분석장비 중심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는 첨단분석장비를 활용한 과학수사 분석법 연구(NAP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국과수와는 지난해 초에 MOU를 맺어 연구협력을 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첨단범죄수사 분석연구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 범죄를 해결하여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직감이나 상황 분석, 범인의 자백에 의존했던 수사에서 과학수사로의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수사 기법을 보다 첨단화해야 하며, 보다 많은 과학자들과 정부출연(연)들이 과학수사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추진중인 '첨단범죄수사 분석연구센터'가 시급히 설립되고, 과학수사에 유용한 새로운 분석법이 많이 개발됨으로써 우리의 가정과 사회가 흉악범죄로부터 보다 안전하게 보호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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