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봉]어머니와 아내가 갖는 생각과 성격의 차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유제봉]어머니와 아내가 갖는 생각과 성격의 차이

[시사에세이]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승인 2011-03-14 14:20
  • 신문게재 2011-03-15 20면
  • 유제봉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유제봉 국제로타리 3680지구 전 총재
▲ 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과거 다출산으로 인한 대가족화 시대에서는 가족구성이 거의가 부모를 모시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 가정의 전래습관이나 가풍이 가문의 전통으로 이어져 왔었다.

그러나 요즘은 저출산으로 인해 가족이 단순화·핵가족화 됨으로써 소위 가문의 전통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의식할 수가 있다. 그래서 옛날이야기처럼 되어버린 어머니의 엄격하신 존재와 존엄성이 사라져가고 요즘은 시어머니와 아내와의 관계가 상반된 사고력을 유발시키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어 어머니와 아내가 갖는 생각과 성격의 차이들을 정리해 보았다.

우선 일상의 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쇼핑의 대표적인 습성을 보면, 어머니는 값을 따지고, 아내는 메이커를 따진다. 그래서 어머니는 파 한 단을 살 때에도 뿌리에서 흙이 뚝뚝 떨어지는 파를 재래시장에서 사지만, 아내는 백화점 야채코너에서 말끔하게 다듬어 예쁘게 묶어 놓은 파를 산다. 어머니는 손주들의 옷을 고를 때에도 내일 입힐 것을 생각하며 소매가 넉넉한 것을 사려고 하고, 아내는 아이의 몸에 꼭 들어맞는 옷을 사려고 한다. 오늘 입힐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발을 살 때도 그렇다. 어머니는 한 치수 더 큰 것을 사지만, 아내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을 고른다.

세탁의 습성에서도 어머니는 자주 손빨래를 하지만 아내는 빨랫감 대다수를 전자동 세탁기에 맡긴다. 어머니가 빨랫비누를 쓸 때 아내는 가루비누를 쓴다. 그래서 어머니는 빨랫방망이와 빨래판이 있으나 아내에게는 없다.

어머니는 밥상을 차려 아이에게 어떻게든 아침밥을 먹이려고 하고, 아내는 식탁 위에 샌드위치와 우유를 내어 놓아 간단하게 먹일 때가 많다. 부득이한 경우 어머니는 그 우유를 손주에게 먹이려고 하지만, 아내는 우유로 마사지를 하고 싶어 한다. 설거지를 할 때에도 기름기 많은 그릇을 접하면 어머니는 밀가루를 풀어 예부터 몸에 밴 전통방식을 고수하지만, 아내는 고무장갑을 끼고 합성세제를 사용한다.

김치를 담글 때에도 어머니는 아무리 급해도 김치를 손수 버무려 손맛이 곁들인 잘 발효된 김치 맛을 상상하며 담그지만, 아내는 시간이 없을 때 슈퍼마켓에서 사서 먹을 수도 있다고 간단하게 생각한다.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아들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지만, 아내는 가끔 어머니의 생신을 잊어버리고 넘어 갈 때가 있다. 간혹 생신을 맞아도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부담스러워 그냥 집에서 한 끼 때우자며 애써 사양 하지만, 아내는 생일날이면 분위기 좋은 데 가서 케이크도 자르며 외식을 하자고 한다.

어머니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상추를 가꾸며 살고 싶어 하고, 아내는 고층아파트에서 분재나 난을 바라보며 살고 싶어 한다. 어머니는 방바닥에 요를 펴고 주무시는 게 편하지만, 아내는 언제나 시트가 깔려 있는 침대에 누워야 잠이 잘 온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날에도 어머니는 부채와 선풍기로 더위를 이기지만, 아내는 에어컨을 틀어야 여름을 견딜 수 있다.

어머니는 갓난 손주에게 모유를 먹이는 게 어떻겠냐고 며느리에게 묻고, 아내는 모유를 먹이면 가슴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된다면서 자기 몸매 유지에 더욱 치우쳐 분유를 먹이자고 남편을 설득한다. 어머니는 손주를 생각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생각하는 기특한 면을 보인다.

혹시 시간이 나거든 어머니의 옷장과 아내의 옷장을 각각 들여다보라. 어머니는 시집 올 때 가지고 온 저고리를 장롱 밑바닥에 두고두고 보관하지만, 아내는 3년 전에 산 옷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는 무엇이든 모아 두려고 하고, 아내는 필요 없는 것은 버리려고 한다.

어머니는 신 김치를 좋아하지만, 아내는 금방 담근 겉절이 김치를 좋아한다. 어머니는 인절미나 수수경단 같은 떡을 좋아하고, 아내는 생크림이 들어 있는 제과점 빵을 좋아한다. 어머니는 설탕을 많이 넣은 자판기형 커피를 좋아하고, 아내는 묽은 원두커피를 좋아한다.

어머니는 가는 세월을 무서워하고 아내는 오는 세월을 기다린다. 이러한 두 여인이 갖는 일상생활의 틀에서 보듯이 어머니와 아내가 갖는 생각과 성격의 차이가 엇갈림이 공존하는 속에서도 큰 다툼이 없이 한국 특유의 가풍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신사고를 지닌 애교스런 아내도 아름답지만 묵은지처럼 깊은 맛이 새록새록 우러나오는 정감 넘치는 어머니의 더욱 위대한 사랑이 담겨져 있기에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