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그러나 요즘은 저출산으로 인해 가족이 단순화·핵가족화 됨으로써 소위 가문의 전통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의식할 수가 있다. 그래서 옛날이야기처럼 되어버린 어머니의 엄격하신 존재와 존엄성이 사라져가고 요즘은 시어머니와 아내와의 관계가 상반된 사고력을 유발시키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어 어머니와 아내가 갖는 생각과 성격의 차이들을 정리해 보았다.
우선 일상의 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쇼핑의 대표적인 습성을 보면, 어머니는 값을 따지고, 아내는 메이커를 따진다. 그래서 어머니는 파 한 단을 살 때에도 뿌리에서 흙이 뚝뚝 떨어지는 파를 재래시장에서 사지만, 아내는 백화점 야채코너에서 말끔하게 다듬어 예쁘게 묶어 놓은 파를 산다. 어머니는 손주들의 옷을 고를 때에도 내일 입힐 것을 생각하며 소매가 넉넉한 것을 사려고 하고, 아내는 아이의 몸에 꼭 들어맞는 옷을 사려고 한다. 오늘 입힐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발을 살 때도 그렇다. 어머니는 한 치수 더 큰 것을 사지만, 아내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을 고른다.
세탁의 습성에서도 어머니는 자주 손빨래를 하지만 아내는 빨랫감 대다수를 전자동 세탁기에 맡긴다. 어머니가 빨랫비누를 쓸 때 아내는 가루비누를 쓴다. 그래서 어머니는 빨랫방망이와 빨래판이 있으나 아내에게는 없다.
어머니는 밥상을 차려 아이에게 어떻게든 아침밥을 먹이려고 하고, 아내는 식탁 위에 샌드위치와 우유를 내어 놓아 간단하게 먹일 때가 많다. 부득이한 경우 어머니는 그 우유를 손주에게 먹이려고 하지만, 아내는 우유로 마사지를 하고 싶어 한다. 설거지를 할 때에도 기름기 많은 그릇을 접하면 어머니는 밀가루를 풀어 예부터 몸에 밴 전통방식을 고수하지만, 아내는 고무장갑을 끼고 합성세제를 사용한다.
김치를 담글 때에도 어머니는 아무리 급해도 김치를 손수 버무려 손맛이 곁들인 잘 발효된 김치 맛을 상상하며 담그지만, 아내는 시간이 없을 때 슈퍼마켓에서 사서 먹을 수도 있다고 간단하게 생각한다.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아들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지만, 아내는 가끔 어머니의 생신을 잊어버리고 넘어 갈 때가 있다. 간혹 생신을 맞아도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부담스러워 그냥 집에서 한 끼 때우자며 애써 사양 하지만, 아내는 생일날이면 분위기 좋은 데 가서 케이크도 자르며 외식을 하자고 한다.
어머니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상추를 가꾸며 살고 싶어 하고, 아내는 고층아파트에서 분재나 난을 바라보며 살고 싶어 한다. 어머니는 방바닥에 요를 펴고 주무시는 게 편하지만, 아내는 언제나 시트가 깔려 있는 침대에 누워야 잠이 잘 온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날에도 어머니는 부채와 선풍기로 더위를 이기지만, 아내는 에어컨을 틀어야 여름을 견딜 수 있다.
어머니는 갓난 손주에게 모유를 먹이는 게 어떻겠냐고 며느리에게 묻고, 아내는 모유를 먹이면 가슴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된다면서 자기 몸매 유지에 더욱 치우쳐 분유를 먹이자고 남편을 설득한다. 어머니는 손주를 생각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생각하는 기특한 면을 보인다.
혹시 시간이 나거든 어머니의 옷장과 아내의 옷장을 각각 들여다보라. 어머니는 시집 올 때 가지고 온 저고리를 장롱 밑바닥에 두고두고 보관하지만, 아내는 3년 전에 산 옷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는 무엇이든 모아 두려고 하고, 아내는 필요 없는 것은 버리려고 한다.
어머니는 신 김치를 좋아하지만, 아내는 금방 담근 겉절이 김치를 좋아한다. 어머니는 인절미나 수수경단 같은 떡을 좋아하고, 아내는 생크림이 들어 있는 제과점 빵을 좋아한다. 어머니는 설탕을 많이 넣은 자판기형 커피를 좋아하고, 아내는 묽은 원두커피를 좋아한다.
어머니는 가는 세월을 무서워하고 아내는 오는 세월을 기다린다. 이러한 두 여인이 갖는 일상생활의 틀에서 보듯이 어머니와 아내가 갖는 생각과 성격의 차이가 엇갈림이 공존하는 속에서도 큰 다툼이 없이 한국 특유의 가풍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신사고를 지닌 애교스런 아내도 아름답지만 묵은지처럼 깊은 맛이 새록새록 우러나오는 정감 넘치는 어머니의 더욱 위대한 사랑이 담겨져 있기에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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