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불망 짝사랑하던 그녀가 임신을 했단다. 그럼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그때 덜컥? ‘이젠 내 여자가 됐구나’ 싶어 남자는 뛸 듯이 기뻐하지만, 사실 뱃속의 아기는 다른 남자의 아이다.
‘사랑이 무서워’는 이런 소설 같은 설정에, 남자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쏟아 붓고, 그 정성에 여자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로맨틱 코미디의 수순을 밟아간다. 다소 억지스럽다 싶은 상황을 그런가 싶게 만드는 건 스토리의 힘이 아니라 임창정의 열연이다.
오르지도 못할 여자에게 대놓고 들이대는 홈쇼핑 시식모델 상열 역을 맡은 임창정은 오랜 장기인 ‘지질남’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청담보살’ ‘위대한 유산’ ‘색즉시공’에서 연기한 코믹 캐릭터를 한자리에 모은 듯 지질함의 종합선물세트를 전시한다. 이게 이 배우의 능력이다. 배꼽잡고 웃다 보면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고이니 말이다.
여기에 코믹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 웃음을 보탠다. 누가 봐도 느껴질 만큼 100% 애드리브로 진행되는 임창정과 김수미의 모자 호흡은 관객들에게 폭탄 웃음을 안긴다. 연애코치를 자처하는 포장마차 주인 안석환의 감칠맛 나는 연기, 게이 커플로 등장하는 박민환-김진수의 부담스런(?) 연기도 볼거리다.
도도하고 뻔뻔하면서도 얄밉지 않은 소연과 어리바리 못났지만 정이 가는 상열의 말도 안 되는 로맨스. 영화는 겉으론 지질해도 마음만은 명품인 상열을 통해 외모보다 진실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들려준다.
하나 임창정 특유의 짠한 코미디, 젊은 남녀의 알콩달콩 로맨스, 화장실 유머, 따뜻한 가족 영화의 정서를 한 바구니에 담으려 욕심을 부리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담아내지 못 한다. 정우철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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