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범 대전시설관리공단 이사장 |
아! 미처 끝까지 읽을 수 없는 영혼우체국에 보내온 편지들을 엮어 발간된 추모의 편지 다섯 번째 이야기에 있는 일부 내용이다.
보고 싶은 아빠 엄마에게, 가슴에 묻은 아들 딸들에게,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추억으로 남아있는 그리운 이들에게, 불러보고 싶은 이들에게 보내는 영혼우체국의 편지들은 편지 속의 표현과 같이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두근두근 거리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책장을 넘기다가 가만히 내려놓았다.
대전시시설관리공단의 공설봉안당은 서구 가수원동에서 봉곡동에 이르는 구봉산 자락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1968년에 공설묘지로 지정되어 6588기의 공설묘지가 들어와 있고 납골함을 모시는 공설봉안당 영락원은 1995년에 설치되어 3만8000여기를 봉안할 수 있는 시설인데 현재는 2만1400여기가 봉안되어 있다.
이곳 구봉산은 아홉 개의 봉우리가 가지런히 수려한 모습으로 솟아 있어 마치 병풍에 그려진 동양화를 보는 듯하고, 남쪽의 바위 벼랑 밑으로 갑천이 휘돌아 흐르고 있어 높이 264m의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참으로 아름답다.
계룡산 산줄기가 동남쪽으로 치달리다 진잠에 이르러 불끈 솟아오른 아홉 봉우리가 있다 하여 구봉산(九峯山)이라 했다고도 하지만, 봉우리를 세어보면 여덟 개인 것 같기도 하고 열 개인 것 같기도 하니, 아마 봉우리가 많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조선 후기에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邑誌)를 모아 엮은 여지도서(輿地圖書)에는 구봉산(九鳳山)으로 기록되어 있어 아홉 마리의 봉새가 집으로 돌아오는 구봉귀소형(九鳳歸巢形)의 명당이라고도 하니,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매일 8~9구의 납골함이 안치되고 있고, 그 숫자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이곳을 찾아오는 시민들도 하루에 3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 설 연휴에는 4만여명이 다녀가서 명실 공히 대전지역의 영혼의 안식처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을 때에는 그 소중함을 잊고 있다가 막상 떠나고 난 후에 그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 사무치는 것 같다.
세상을 떠난 고인들에게 보내는 그리움과 소중한 추억들을 되새기며 사랑과 눈물로 적어 놓은 영혼의 편지들을 볼 때면 평소에 잊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느끼고 감사해야겠다.
함께 살면서 못다 한 갖가지 애절한 사연들을 영혼우체국으로 보내면서 그리움을 달래고, 잊었던 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 세상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고 있는 사연들은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도 숙연함을 갖게 한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분들과 같은 심정이 되어 더욱 정성스럽게 다듬고 손질하며 관리하고, 우리의 이웃처럼 살갑게 대할 것을 다짐하면서 가슴에 와 닿는 편지 한 줄을 더 소개한다.
'네가 없는 이 곳에서 내가 더 열심히 살게. 네가 다 못 본 이 세상, 더 많이 담아가 줄게. 네가 다 못들은 이 세상, 더 많이 들려줄게. 너 만큼, 아니 너보다 더~ 많이 웃으며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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