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대학에 입학하면서 전공 공부는 다소 늦게 시작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전공이 어떤 것이며 전공을 왜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지, 신입생들에게 학습 '동기(動機)'를 명확하게 심어주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목적의식도 없이 대학에 들어왔다가 점점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전공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학생들을 보면서 보다 확고한 목표의식을 갖고 시작했더라면 실패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곤 했었다.
그래서 신입생들이 겪을 일종의 시행착오를 사전에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의도에서 동기유발학기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이번 교육의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면 내년부터는 전체 신입생들에게 확대 실시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21세기는 단순한 지식의 암기나 기억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조해 내는 고차원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대다. 그래서 동기유발은 학교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용어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주입식 교육이었을 때는 주어지는 대로 공부하고 따라하면 되었지만, 요즘은 자기주도적 학습이라고 하여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학습 욕구를 파악하고 문제해결을 하는 것을 가장 좋은 학습법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동기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동기유발은 교육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듯하다. 기업에서도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임원들까지 동기유발 교육을 받고 있는 곳이 많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면 일에 대한 성취 의욕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그 결과 기업의 분위기나 생산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리 대학에서 실시하는 동기유발 교육 역시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시범 실시하는 17개 학과의 강의 내용이 전공별로 특색 있게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전공 몰입 교육, 미래직장 방문, 독서토론, 사회봉사 활동, 학부모 초청 특강, 멘토를 찾아서, 평생 패밀리 등 학과별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저명인사들을 초청하여 그분들의 전문 영역에 대한 유익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특강도 있으며, 외부로 나가 전공과 관련된 기관이나 시설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 주말 오후에는 '문화체육대회'라 하여 학생과 교수들이 함께 학교 뒷산에 올라 논산 시내를 한바퀴 돌고, 또 관촉사에 들러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돌아오는 산책 시간을 가져 호평을 받기도 했다. 어느 학과에서는 학생들의 전공에 대한 흥미 유발을 위해 2박3일 일정의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이 있기까지에는 지난 6개월 동안 그 준비를 위해 밤낮을 꼬박 새운 교직원들의 노력이 뒷받침 되었다. 특히 제일 고마운 것은 우리 신입생들이 그같은 학교의 취지를 이해하고 열심히 따라준다는 점이다. 갓 대학에 들어온 기분에 즐겁게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텐데 강의실 안팎에서 하루 8시간씩 진행되는 하드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에 보면 도남지익(圖南之翼)이라는 말이 나온다. 커다란 붕새가 날개를 펴고 저 먼 남극 바다로 나가려 한다는 웅대한 비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바람이 두텁게 싸이지 않으면 붕새와 같이 큰 새는 날개를 지탱할 수 없다고 했다. 즉 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크게 비상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번 동기유발학기가 4년 뒤 학생들의 도남지익에 두터운 바람이 되어주는 원동력이 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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