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홍철 대전시장 |
화창하고 포근한 봄 날씨는 사람을 자꾸만 밖으로 불러낸다. 사실 봄날에 무료하게 집에만 있는 것은 날씨와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땅에 뿌리 내린 것들이 새싹과 새움을 틔워 내듯이, 재밋거리를 찾아서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 넣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 봄이기 때문이다.
새봄을 맞아 시민들께 걷기를 권하고 싶다. 걷기는 번잡스러운 채비 없이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질병 예방효과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억력 증진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하니 여러모로 유익한 운동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걷기는 전국적인 열풍에 가깝다. 여러 지자체에서도 특색 있는 걷는 길을 개발하기 위한 관심과 지원이 커지고 있다.
많이 알려진 걷는 길로 제주올레길과 지리산둘레길이 있다. 모두 참 좋은 걷는 길임에 틀림없지만 대전에도 그에 못지않은 훌륭한 길이 있음에도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금 속상하고 샘도 난다. 대전시를 내려다보며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대전둘레산길, 호수와 산이 조화를 이룬 대청호반길, 웰빙 계족산 황톳길은 전국 어느 걷는 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길이다.
먼저 둘레산길은 대전을 둘러싼 산길 133km를 12구간으로 나눈 길로, 등산과 걷기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제주올레길이 바로 대전둘레산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필자가 지난 민선 3기 대전시장 재직 시에 동호인들과 일부 구간을 함께 걸으면서 둘레산길을 개척했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다.
최근 이용하는 시민들도 늘고, 편의시설도 많아져 대전의 대표적인 걷는 길로 거듭난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대전시는 2014년까지 60억원을 들여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명소로 가꾸고,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율관리제도를 운영하여 이용객에게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둘레산길을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 공모로 선정된 내용을 구간 구간에 홍보하여 이야기가 있는 산길로 조성할 예정이다.
다음은 대청호반길이다. 대청호 수변을 따라 6개의 테마 코스로 이루어 졌으며, 총연장은 59km에 이른다. 수려한 호수 경관과 시골의 정취, 문화유적이 조화를 이룬 생태탐방로다. 그중 3코스는 많은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최고의 걷는 길로 인정받고 있다. 1코스에 있는 대청문화전시관, 암석식물원, 대청물박물관에 들러 잠시 쉬면서 대청호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끝으로 계족산 숲속 황톳길로 14km를 맨발로 걸을 수 있다. 2010년 한국관광공사가 '5월에 꼭 가봐야 할 곳'과, 유명 쇼핑사이트 주관 지방자치단체 e-마케팅 박람회에서 여행부문 대상에 선정되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지난해 계족산 황톳길 일원에서 열린 맨발문화축제에 600명의 외국인을 포함, 전국에서 약 5,500명이 찾아 성황을 이루었다. 앞으로 웰빙시대에 맞는 맨발 길과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산림과 농촌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명소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대전둘레산길 12구간, 대청호반길 6개 코스, 그리고 계족산 황톳길에는 각각의 볼거리와 즐길거리, 그리고 대전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는 이야기가 있다. 전국은 물론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경쟁력이 있는 길이라고 당당하게 자부한다. 걸어본 경험이 있는 많은 이들이 한결같이 아름답고 특색이 있어서 좋다고 인정한다. 대전의 아름다운 길이 국내외서 찾는 명품 길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전시민이 자주 찾고, 자랑으로 삼으며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새봄의 기운이 수런수런 번져가는 좋은 계절에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 넣고 싶거나, 눈이 즐겁길 원하거나, 또는 대전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시민들께 아름다운 대전의 길 걷기를 적극 추천한다. 필자도 3월부터 자주 대전의 길을 체험할 계획이다. 시민들과 함께 걸으며 좋은 의견도 듣고,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길이 되도록 무엇이 필요한지를 꼼꼼히 살필 것이다. 혹시 걷다가 필자를 마주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쪼록 많은 시민들이 아름다운 길 위에서 찬란한 봄과, 정겨운 이웃을 만나며 건강하고 행복하길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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