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긴 목, 신비스러운 눈매의 여성, 이국적인 꽃무리….
현대적 미감으로 여인들의 이미지를 담아낸 모습은 마치 한국 화단의 마돈나처럼 느껴진다.
한국근대미술 채색화의 거장으로 평가 받는 꽃과 영혼의 화가 천경자.
모리스갤러리는 오는 11일부터 2주간 '천경자 大田 모리스에서'전을 개최한다.
한국 근대미술 채색화의 거장으로 평가 받으며 꽃과 영혼의 화가라 불리는 이유는 천 화백이 그동안 작품 소재로 꽃과 여인을 담아냈기 때문도 있지만, 자신의 삶이 바로 그 그림속의 여성과 일치한다.
이글거리는 눈과 잔혹할 정도로 강렬한 색조가 아롱진 채색화들은 평생의 화력을 세상과 인간에 대한 애욕과 환희, 두려움, 고독 속에 섭렵해 온 자신의 인생 풍경이기도 하다.
색채의 마술사이자 최고의 여류화가인 천경자 화백.
천 화백은 1998년 국내의 모든 '짐'을 정리하고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 현재 딸 이혜선 씨와 함께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천 화백은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황금의 비'와 '누가 울어' 등 채색화 2점과 드로잉 40여점 등이 전시돼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대신 맞는다.
대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지난 1969년 남태평양 타이티 고갱의 섬을 시작으로 28년동안 12차례에 걸쳐 유럽, 아프리카, 미국, 인도,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해외 스케치 기행을 통해 생생한 삶의 현장들을 스케치한 명작 드로잉이 주종을 이룬다.
이 밖에도 천 화백이 애용하던 용품, 한복과 사진 등이 함께 전시된다.
작품 사이 곳곳에 그가 즐겨 입던 옷과 쓰던 물건 세계여행 때 구입했던 엽서와 사진, 다양한 인형과 장신구 등 각종 수집품이 전시돼 그의 체취를 전한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스케치한 이국의 풍물, 예리한 필치로 단숨에 포착한 동물과 인체 등은 스스로 예술의 황홀경을 찾아 헤맨 모진 여정이 깔려있다.
천 화백은 50여년의 작품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확립하기 위해 평생을 치열하게 작업에만 전념한 화가다.
특히 그는 문학적 감수성과 스케치기행을 통해 화려하고 신비스러운 천경자 화풍을 만들어낸 대가로 평가 받고 있다.
자서전이나 수필집을 통해서는 그녀가 얼마나 화가로 살기 위해 몸부림쳤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작품 한점한점마다 그 밑바탕에 꿈과 사랑과 모정이 깊게 배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전세계 미술계에서는 드로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시는 천 화백이 그린 탄탄하고 속도감 있는 드로잉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작품과 함께 천경자 화백의 거의 전 작품이 망라된 두툼한 화집 700여 권도 직접 보내와 대전 모리스갤러리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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