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경]대학 등록금과 강의실 3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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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경]대학 등록금과 강의실 3등석

[시사에세이]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1-03-07 14:10
  • 신문게재 2011-03-08 20면
  • 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 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 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유명한 오케스트라나 연예인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미리 공연장의 좌석을 예매해야 한다. 좌석은 일반적으로 R(로열)석이나 1, 2, 3등석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R석은 무대에서 가깝고 그래서 음악이나 대사가 잘 들리며 연주자나 연예인의 모습도 잘 보이는 좌석이다.

물론 R석이 가장 비싸 2등석이나 3등석에 비해 몇 배 또는 몇 십 배의 가격을 치러야 표를 구매 할 수 있다. 만약 유명한 공연장의 입장료가 동일하다면, 누구나 서로 R석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공연장에 일찍 나오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을 통해 미리 자리를 맡으려고 야단법석을 떨 것이다. 대학의 강의실도 굳이 구분하자면 공연장처럼 R석이나 1, 2, 3등석이 있다. 교단에서 가까워 칠판의 글씨가 잘 보이며 교수의 강의 내용을 잘 들을 수 있는 앞쪽이 R석에 해당될 것이고, 반대로 강의실 뒤쪽이나 뒷문 가까운 구석진 곳은 3등석에 해당될 것이다.

공연장에서 입장료를 받고 제공하는 공연을 문화상품이라고 한다면, 대학교에서 등록금을 받고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강의나 도서관 및 교육시설 등은 모두 교육상품(서비스)이라고 할 수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상품의 가격에는 절대가격이 있고 상대적인 가격이 있을 수 있다. 절대가격은 누구나 그 상품을 취득하기 위해 지불하는 동일한 값을 의미한다. 그러나 상대적인 가격은 비싸다고 생각되는 상품(서비스)도 알뜰살뜰 잘 사용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면, 그 상품의 가격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도 연중행사처럼 여러 대학에서 등록금 인상문제로 학교당국과 학생들 간에 한 바탕 큰 갈등을 겪었다. 한 학기 등록금이 전공에 따라 적게는 200만원 대에서 많게는 500만원을 훨씬 넘는 경우가 있으니, 학생들의 입장에선 등록금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단한 부자가 아니고서야 대학 등록금이 가정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는 학생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등록금이 동결되었든 인상되었든 올해도 대학생들은 절대적으로 큰 가격의 등록금을 선불로 내고 교육상품(서비스)을 제공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등록금이 비싸다고 그렇게 아우성치던 학생들도 강의가 시작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결석하는 일이 잦아진다. 강의실에 들어오면 웬일인지 수강하기 좋은 R석은 모두 비워두고 2등석 3등석에 몰려 앉는다. 교수가 휴강을 한다면 '와-'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학생들도 있다.

시험 때 이외엔 도서관의 열람석이 한산하기 일쑤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이다. 등록금이 비싸다고 느껴질수록 학생들은 결석을 하지 않아야 옳다. 어림잡아 한 시간의 수강료가 얼마정도 되는지는 바로 계산 할 수 있지 않은가? 강의실에서도 서로 좋은 R석에 앉으려고 일찍 나와야 하고, 교수가 이유 없이 휴강하면 바로 항의하고, 강의시간에 모르는 내용이 있었다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교수를 찾아 질문하고, 실험실이나 도서관 및 학교시설은 언제나 이용 학생들로 넘쳐나고 등등…. 그래서 속칭 본전을 챙기고 거기 더해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여가야 비로소 비싼 등록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를 아는 대학생들의 바람직한 행동이고, 이런 모습이 아닌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적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비싼 입장료를 미리 내고서도 공연장에 나타나지 않거나, 겨우 3등석에 앉아 공연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그런 바보 같은 대학생은 되지 말아야 한다. 강의실의 R석에 학생들이 많이 모일수록 교수는 흥이 나고, 그래야 명 강의와 앙코르 강의도 더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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