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희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남도회장 |
건설공사 실적신고는 전년도 우리나라의 건설수주액과 건설업계 동향을 알 수 있는 건설업계에는 아주 중요한 연중행사다.
올해 실적신고 내용 중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가 전문공사는 충남지역에서는 원도급 공사가 10% 정도 줄어든 대신에 하도급 공사는 11% 정도가 늘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지역에서 발주되는 소규모 공사 원도급 공사 비율이 높았던 충남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이 이제는 원도급보다는 하도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건설산업은 다른 산업과 다르게 공종별, 분야별로 도급구조가 복잡해 공사를 진행함에 하도급자들과의 협력이 없이는 목적물을 이뤄내기가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그중에서도 주된 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은 건설시공의 꽃이라 할 만큼 건설공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문건설업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건설도급 구조 속에서 어렵고 힘든 일은 모두 해내면서도 원도급자와의 관계가 수평적 상생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로 굳어져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공사대금 미수령 등 여러 가지 하도급 문제로 인해 고통받아 왔다.
단종공사업 면허제도가 도입된 후로 그동안 선배 전문건설업체들의 희생과 노력을 바탕으로 예전과는 다르게 하도급인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생기게 됐다. 불완전하지만 이 제도들로 인해 원도급자의 하도급자에 대한 횡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도급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 중 거래 공정화에 관련된 제도는 하도급대금지급 및 기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 교부, 하도급 대금의 직접지급 등으로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방계약법에서도 하도급대금에 대해서 정상적으로 지급되었는지를 확인하는 하도급대금지급확인제도가 있다.
이러한 제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건설업체들이 하도급계약을 함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건설현장에서 이 제도들이 효율적으로 실행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원도급자가 제때에 기성금을 지급하지 않아 하도급자가 발주자에게 기성대금의 직접지급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례가 없었다는 이유로 직접지급을 거부하거나, 물가조정기준일 이후에 하도급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도급자에게 적용되는 날짜를 핑계 삼아 ESC를 적용해 주지 않는 등 제도에 대한 무지나 교묘하게 제도를 피해가려는 사례들이 많다.
또 발주처에 신고하는 하도급금액과 다른 이면계약 체결을 강요하거나 현저히 낮은 하도급내역을 제시하며 그보다 낮게 하도급 금액을 책정하도록 해 약자의 입장인 전문건설업체의 저가수주를 유도하는 등 질 나쁜 행위가 아직도 현장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실태를 인식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공정한 하도급거래를 위한 납품단가 조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타 법과의 형평성을 문제삼은 정부의 반대 등으로 아직 그 결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서도 2009년에 건설하도급 거래 공정성 평가를 한 결과 100점 만점에 63.1점에 그쳐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통해 공정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여전히 하도급 불공정거래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것은 그에 걸맞은 많은 제도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제도를 지키고 이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들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지금까지 기울였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그 제도들이 정착될 수 있도록 발주기관, 원도급자, 하도급자가 합심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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