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고’는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어른들의 가슴에서 먼지 켜켜이 쌓은 동심을 끄집어내는 영화도 아니다.
보안관이 악당 시장에 맞서 마을을 구한다는 줄거리, 수색대가 도둑떼를 쫓고 일대일로 결투를 벌이는 장면 등 오랜만에 만나는 서부극의 클리셰는 반갑다. 랭고라는 이름부터 서부극의 주인공 링고, 장고가 떠오른다.
허풍 떨고 조증 걸린 듯 행동하는 카멜레온 랭고는 딱 ‘캐러비언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다. 조니 뎁과 고어 버번스키 감독이 다시 만났으니 냄새가 안 날 리 없다. 레이 윈스턴, 빌 나이 등 성격파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맛깔스럽다.
조지 루카스가 이끄는 ILM의 기술적 성취는 눈부시다. 극단적인 하이퍼 리얼리즘은 실사 블록버스터의 한 장면처럼 보일 정도로 사실적이다. 밝고 코믹하지만 물과 사막을 소재로 삶의 성찰을 드러내는 대목은 제법 진지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