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컨트롤러]운명이 우리를 갈라 놓아도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컨트롤러]운명이 우리를 갈라 놓아도

■자유의지가 무엇인지 묻는 SF물 감독:조지 놀피, 출연: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앤서니 매키

  • 승인 2011-03-03 14:10
  • 신문게재 2011-03-04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뉴욕 빈민가, 브루클린 출신의 최연소 하원의원 데이빗은 선거 운동 막판 추문에 휘말리면서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한다. 화장실에서 승복 연설을 준비하던 그는 결혼식장에서 심한 장난을 치고 숨어 있던 엘리스와 만난다. 첫 눈에 끌리는데.

'컨트롤러'는 초현실적 집단인 '어저스트먼트 뷰로', 즉 '조정국'에 의해 운명이 정해진 한 남자가 운명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신이든 타인이든 다른 존재든, 누군가가 삶에 개입해 조종하려 들고 이에 맞서 싸우는 영화는 숱하게 보아왔다.

'트루먼 쇼', '매트릭스'…, 가깝게는 '인셉션'이 그랬다. '컨트롤러'는 '매트릭스'처럼 인간과 사회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인셉션'처럼 정교한 장치도 없다. '트루먼 쇼'처럼 신랄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컨트롤러'는 꽤 볼만하다. '제이슨 본'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액션이나, '조정국'과 같은 SF적 설정 때문이 아니다. 차별화되는 지점,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데이빗과 엘리스는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나고, 버스에서 다시 우연히 만나면서 급격히 가까워진다. 서로를 향한 사랑은 파동이 너무 강해 조정국원을 당황케 할 정도인데, 운명이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 해도 이에 적극적으로 맞서 결국 쟁취하는 이들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SF 버전이라고 할 만큼 절절하고 아름답다.

따뜻한 맷 데이먼과 에밀리 블런트의 조합도 썩 잘 어울리고 조정국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요리조리 통제에서 빠져나갈 틈을 찾는 데이빗의 대결도 꽤 흥겹다. 조정국 직원을 묘사하는 디테일도 흥미롭다.

사람을 조정하고 인류의 큰 흐름을 설계하는 '천사' 같은 이들도 실수를 저지르고 책임을 서로 떠넘긴다. 복장도 그렇고 딱 공무원이 연상된다.

통화중 전화가 끊기거나, 커피가 엎질러진다거나, 구두가 벗겨지거나, 집 열쇠가 갑자기 빡빡해지거나 하면 조정국 직원이 주변에 있진 않은 지 두리번거릴 것 같다.

그런데 미합중국 대통령을 시켜준다는데, 세계 제일의 무용가가 되는 게 운명이라는데, “그까짓 것 안 해. 사랑이 중요해”라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1.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2.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