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러'는 초현실적 집단인 '어저스트먼트 뷰로', 즉 '조정국'에 의해 운명이 정해진 한 남자가 운명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신이든 타인이든 다른 존재든, 누군가가 삶에 개입해 조종하려 들고 이에 맞서 싸우는 영화는 숱하게 보아왔다.
'트루먼 쇼', '매트릭스'…, 가깝게는 '인셉션'이 그랬다. '컨트롤러'는 '매트릭스'처럼 인간과 사회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인셉션'처럼 정교한 장치도 없다. '트루먼 쇼'처럼 신랄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컨트롤러'는 꽤 볼만하다. '제이슨 본'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액션이나, '조정국'과 같은 SF적 설정 때문이 아니다. 차별화되는 지점,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데이빗과 엘리스는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나고, 버스에서 다시 우연히 만나면서 급격히 가까워진다. 서로를 향한 사랑은 파동이 너무 강해 조정국원을 당황케 할 정도인데, 운명이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 해도 이에 적극적으로 맞서 결국 쟁취하는 이들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SF 버전이라고 할 만큼 절절하고 아름답다.
따뜻한 맷 데이먼과 에밀리 블런트의 조합도 썩 잘 어울리고 조정국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요리조리 통제에서 빠져나갈 틈을 찾는 데이빗의 대결도 꽤 흥겹다. 조정국 직원을 묘사하는 디테일도 흥미롭다.
사람을 조정하고 인류의 큰 흐름을 설계하는 '천사' 같은 이들도 실수를 저지르고 책임을 서로 떠넘긴다. 복장도 그렇고 딱 공무원이 연상된다.
통화중 전화가 끊기거나, 커피가 엎질러진다거나, 구두가 벗겨지거나, 집 열쇠가 갑자기 빡빡해지거나 하면 조정국 직원이 주변에 있진 않은 지 두리번거릴 것 같다.
그런데 미합중국 대통령을 시켜준다는데, 세계 제일의 무용가가 되는 게 운명이라는데, “그까짓 것 안 해. 사랑이 중요해”라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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