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섭]정관(貞觀)의 다스림(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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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섭]정관(貞觀)의 다스림(治)

[중도춘추]백종섭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ㆍ사회과학대학장

  • 승인 2011-03-03 14:09
  • 신문게재 2011-03-04 20면
  •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ㆍ사회과학대학장백종섭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ㆍ사회과학대학장
'정관의 다스림'에서 정관은 당나라의 2대 황제인 태종의 연호이며, 다스림이란 국가, 회사, 조직, 집단, 가정을 이끌어간다, 경영한다는 의미다.

태종은 고대 중국 정치사에서 매우 뛰어난 통치자로 명성을 후세까지 남기고 있는 황제 이세민이다. 그가 재임하면서 국가를 통치하기 위해 신하들과 논의한 다양한 전략과 전술의 내용을 기록한 일명 정치문답집이 다름 아닌 정관정요(貞觀政要)다.

이 책에는 후세 정치가와 사업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새겨 배워야 할 수 많은 지혜가 들어있다. 대표적으로 태종은 창업과 수성의 어려움을 신하들과 논하면서, 창업은 새롭게 일을 도모하는 어려움이 있고, 수성은 어렵게 일구어낸 일이 조금의 방심으로 순식간에 멸망할 수 있으므로 역시 힘든 것이지만, 창업은 과거의 것이니 현재에 집중하여 수성을 이루는데 노력하겠다고 하였다.

현대사회에서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일을 성취한 후 너무 자만하거나 내외의 상황인식에 대한 판단 착오로 수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멸망의 길을 가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도 하루에 수많은 기업과 조직이 태어나고 다시 이에 버금가는 수만큼 무너져간다. 당사자들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조직내외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성공도 하고 멸망도 한다.

태종은 당나라의 수성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였는데, 우선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하기 위하여 항상 사치와 욕망을 억제하는 등 자제력을 유지하려고 하였다. 두 번째는 항상 긴장감을 가지고 정치에 임하였다는 것이다. 리더는 조직이 위태로울 때는 뛰어난 인재를 등용하여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어느 정도 성공에 이르면 나태해지고 인재등용을 게을리하며 몸과 마음가짐에 소홀해진다는 것을 명심하였던 것이다. 군주라 하여 거만하거나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였다.

셋째로 신하의 의견을 존중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신하의 충언과 간언(諫言)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지도자는 부하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간언에 허심탄회하게 귀를 여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유명한 무협소설 초한지의 두 명장 유방과 항우는 진(秦)나라 초대 황제가 죽고 나자 천하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으며, 결국 세력이 약한 유방이 우세한 항우를 이기고 천하를 호령하였다. 항우는 법증이라는 명장의 충언에 귀 기울이지 않았으나, 유방은 한신과 장량 등 명장의 간언을 인내심으로 받아들이고 결정을 내려 결국 천하의 제왕이 되었다. 말년에 유방도 정신이 흐트러져 한신과 영포 등을 죽이자 장량도 그를 떠나고 만다.

난세의 간웅이라고 후대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삼국지의 한 주인공 조조도 유능한 부하들은 다른 조건에 관계없이 등용하였으며, 부하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줄 아는 도량도 가지고 있어 천하 삼분지계의 한 축을 당당하게 거머쥐었던 것이다. 제갈량도 조조가 세력이 더 강한 원소를 이길 수 있었던 원인의 하나로 조조의 참모운용을 지적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국가경영과 조직경영도 모두 지난날의 지혜를 벗어나기 어렵다. 모든 지도자들은 창업이후 수성을 위하여 부단히 자신을 가다듬고 채찍질하며 유능한 인재를 가까이 두고 그들의 충언과 간언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경청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의견은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결단력과 행동력도 지녀야 한다.

지도자가 관리하는 조직이 크든 작든 관계없이 이러한 지혜와 리더십은 모두 필요한 것이며, 단지 상황에 따라 조금씩 정도의 차이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모든 조직의 지도자가 이러한 지혜를 발휘한다면 대한민국도 세계강국으로 우뚝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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