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대전상호저축은행의 예금자들에 대한 가지급금 신청이 시작된 2일, 대전시 중구 선화동 대전상호저축은행 앞에 아침부터 예금자들이 몰려 길게 줄지어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
영업정지된 대전상호저축은행의 가지급금 지급 첫날인 2일, 중구 선화동 본점은 대전저축은행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저축은행 측의 무성의한 태도 때문이다.
지난 2주 동안 속태우며 이날을 기다렸다는 점에서, 인파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무대책으로 방관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예금자 대부분이 고령층인 상황에서 영하의 추위에 몇 시간씩 줄을 서게 해 예금자는 물론, 인근지역 주민들까지 성토 대열에 동참했다.
이날 새벽부터 모여든 예금자들은 오전 10시 현재 본점에만 1500명에 육박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순식간에 본점 인근 1km 골목이 번호표를 받기 위한 행렬로 가득 찰 정도였다. 대전과 천안, 논산 등 전국 12개 지점을 포함하면 수만명에 달한 것이라는 게 저축은행 측의 설명이다.
행렬 곳곳에서 고성과 험악한 장면이 연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서모(67) 씨는 “내 돈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게 화난다. 몸도 성치 않은데, 추운 날씨에 이렇게 세워놔도 되는거냐”고 은행 직원에게 고함을 질렀다.
자녀의 대학 학자금과 전세자금 등 목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지급금 수령조차 지연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성모(50)씨는 “사립대학이라 500만원에 가까운 입학금을 내야 하는데, 돈이 없다”며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데, 이것도 마음대로 안 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물론 정부에 대한 불신도 만만치 않았다.
김모(64)씨는 “(내가) 왜 새벽부터 이 고생하는지 아느냐. 오늘이 아니면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은행도 은행이지만, 정부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에도 신청자가 몰리면서 오전 내내 불통돼 대전을 비롯한 전국의 대전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 등 예금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폭주 사태가 계속되자, 대전저축은행은 이날 번호표를 나눠주며 지점당 하루 최대 150여명의 신청자에게 가지급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전저축은행의 가지급금 신청자는 5만8000여명으로, 신청액은 7000억원 규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해 송구스럽다. 하지만, 법에 따라 다음달 29일까지 예금자 모두 가지급금을 받을 수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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