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기선 한서대 총장 |
대학을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한다. 대학이 연구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창출하고 국가에 봉사하는 인재를 기른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국가에 봉사하는 인재라는 의미가 언제부터인가 세계 속에 경쟁적이고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글로벌 리더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다. 나라와 나라사이의 국경이 없어지고 자본과 사람의 왕래가 자유로워진 때문이다.
이러한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국내나 세계 그 어느 곳에서든 그들로부터 인정받고 일하며 다른 사람을 앞장서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이비 리그 대학들은 평소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다른 사람들이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 너희들은 미국뿐 만 아니라 범지구적인 세계의 미래를 짊어질 지도자들이다.”
학생들이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사회를 변화시키기고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그리고 세계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된다는 것을 미리부터 각인 시켜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대학들이 일찍부터 글로벌 리더로서의 인재양성에 나선 것에 비해 우리 대학들의 글로벌 인재 교육은 길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리사회가 글로벌이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된 것이 지난 1990년대 중반인 1994년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서의 APEC 정상회담 참석 후 호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세계화정책 구상'을 밝힌 것이다. 이 세계화정책은 독일의 통일, 소련의 붕괴, WTO 등 급격히 재편되는 세계질서 속에 살아남기 위한 '국제화', '글로벌화' 정책이라는 말로 정리되어 사회와 교육에 폭넓게 반영되기 시작했다.
최근 거의 모든 대학들이 국제화 교육을 통해 글로벌 리더를 키우겠다는 열기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언어 연수를 보내고 봉사활동을 나가며 문화체험은 물론 해외 유학생 유치 활동 등 글로벌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제기구나 다국적 회사 취업 등 해외 진출에 따르는 국제화의 다양한 지표가 대학의 브랜드와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화를 통한 글로벌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는 수준 있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그 바닥에 깊이 깔려있다.
대학의 글로벌 리더 양성이라는 과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 되었다.
국제화의 시대적 흐름을 무시하고 우리끼리만 살아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리더 역시 대학교육의 국제화를 통해 이루어야할 명제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리더로서 필요한 의식변화가 학생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리더라면 흔히 영어 등 외국어 구사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외국어는 기본일뿐 글로벌 리더 조건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학생들 스스로가 더 넓은 세계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열정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화 교육의 기본 틀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고방식의 틀을 나나 우리가 아닌 세계로 생각하고 탈 국가적, 범세계적 관점에 두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가의 졸업과 입학철을 맞아 시대흐름에 편승한 선언적인 국제화가 아니라 왜 무엇을 위해 글로벌 리더의 양성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다시 한번 성찰해 볼 때가 아닐까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