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봉 중부권 문화협력관 |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지난 해에 비해 올해는 예술단체들로부터 항의나 저항, 과도한 불만 표시등이 손에 꼽을 정도로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28년간 예술행정을 맡아온 사람인데 지원탈락여부 그리고 지원예산등이 발표된 후 '잠잠한'정도가 서울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원주체와 신청자간에는 갈등이 상존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한정된 예산으로 자금을 분배하다보니 분명 탈락자들이 생기게 마련이고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단체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은 서울에 비해 이것이 더욱 심해서 서로의 상대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비교가 용이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욱 크게 생기게 마련이다. 이럴 경우 불만의 모든 화살은 분명 지원주체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아울러 지역문화예술계가 서울과 완전히 다른 것이 또 하나가 있다. 바로 권력게임이다.
단체들이 대표인 자신들을 포함하여 단체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 지 알아보고 싶다든지 아니면 자신의 단체를 지역 내에서 크게 부각시켜서 지역문화권력의 코어로 진입하고 싶을 때 자신의 지원단체의 지원여부와 지원예산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지원주체의 지원프로세스를 면밀히 살펴본 다음 허점을 찾아 대의명분을 들어 공격을 해보는 것이다.
지원주체의 상부기관, 언론계, 지원주체의 의사결정 관여자 등에게 그 문제를 제기하고 그 반향을 전리품으로 챙기는 것인데, 이 공모결과를 발표할 때가 바로 문화예술계가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이므로 이 시기에 툭치고 난 다음에 자신의 단체로 쏟아지는 여러 가지 시선을 지역 내 주도권 쥐기로 활용하는 게임이다.
이런 것을 시도하는 단체도 자신들이 이런 속성에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그런데 이런 전략을 잘못 사용하면 자신들만 우스워지고 쌍방간의 소모성으로 끝나는 것이 허다하다. 개인이나 단체가 이런 것을 통해 주도권을 쥐려고 하면 지역의 예술계가 입는 데미지는 심각할 것이다.
어떻든 지원주체와 지원신청단체는 지원탈락, 지원액의 규모, 타 단체와의 비교, 권력게임 등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양자 간에는 필연적으로 갈등과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관계를 분명 '숙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대전문화재단과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은 대단한 숙명전환을 이루었다.
사업설명회, 예술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 단위협회장, 사무국장 간담회 등 무려 13일간 사전 민의수렴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지원심의행정에 대해 지역문화예술계의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지역의 대표적인 예술연합체에서 심의위원을 추천받았고, 심의위원 중 사업지원 관계자에 대해서는 자신의 단체 심의시 심의에서 제외되는 '심의기피제'를 적용하였다.
그리고 10일간에 걸쳐 '1일 1심의'라는 분야별 집중 전문심의를 거쳐서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러한 심의과정에 대해 일반 예술단체는 물론 협회 회장단도 동의하였다.
게다가 중앙의 문화정책과 대전시 문화정책을 심의에 매우 잘 구현시켰다고 생각되어진다.
그 결과 여타의 갈등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며, 이는 지역예술인과 소통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지원신청단체가 왜 불만이 없겠는가? 그런데도 결과에 말없이 승복하고 있는 것이다. 소리 없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들이다.
필자는 정말 대전문화재단은 전국 16개시도 중에서 가장 모범적이면서 정교하고 프로급의 심의를 전개하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수도권 문화재단에서 5, 6년이나 걸려서 안착 될 수 있는 숙명의 심의제도를 재단 창립 1년여 만에 정착시킨 것이다. 이번에 재단은 민의수렴과 심의진행 말고도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싸워서 극복하였다.
그리고 이제 대전지역 예술단체들의 문예진흥기금을 대하는 자세와 의식도 상당히 성숙해졌다고 말하고 싶다. 양측이 전부 몇 단계 뛰어 올라간 것이다. 결국 대전 문화예술계는 모두 승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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