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 몸짓… 한국무용의 매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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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 몸짓… 한국무용의 매력 속으로

정은혜 민족무용단 창작무용극 '처용'… 16일 대전 문예전당서

  • 승인 2011-03-01 14:06
  • 신문게재 2011-03-02 1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서라벌 밝은 달 아래/밤 깊게 노닐다가
들어가 자리보곤/다리가 넷이어라
둘은 내해엇고/ 둘은 뉘헤언고
본디 내해다마는/ 빼앗긴 걸 어찌하리….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처용무'(주요무형문화재 제39호)는 879년 통일 신라시대 처용이 아내를 범하려던 역신(전염병을 옮기는 신) 앞에서 자신이 지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춰 귀신을 물리쳤다는 처용설화에서 비롯됐다.

궁중무용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 형상의 가면을 쓰고 추는 처용무는 오방(동서남북중앙)을 의미하는 오색의 처용 가면과 처용 복식은 한국전통 사상과 신앙의 단면을 이어온 문화유산이다.

정은혜 충남대학교 무용학과 교수가 이끄는 정은혜민족무용단이 오는 16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처용설화를 현대인의 심리극으로 풀어낸 창작 무용극 '처용'을 선보인다.

정은혜무용단의 처용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처용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우리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이자 천년을 이어온 전통춤 '처용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가진 작품이다.

정은혜무용단의 처용은 신라 향가 '처용가'를 바탕으로 처용과 역신, 그리고 처용 아내라는 주요 인물을 뽑고, 이들 캐릭터 사이의 3각 관계를 중심축으로 '처용과 처용 아내', '역신과 처용 아내', '처용과 역신'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욕망과 애증, 관용과 체념 등을 투영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처용설화를 새롭게 해석해낸다.

또한, 천년을 이어 전승되고 있는 우리 춤 '처용무'가 가진 우리 전통춤의 깊이를 기반으로 현대적 움직임과 색깔을 더함으로써, 우리 한국무용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다.

작품 구성의 첫 시작은 동해용왕의 아들 처용과 헌강왕으로부터 처용에게 떠밀려진 아내, 그 아내를 흠모하던 마마귀신인 역신을 부각했다. 각장에는 상징과 부합되는 춤으로 전체적인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이미지의 구성이 주가 됐다.

창작춤 처용의 춤사위는 한국무용에서 흔히 풍성한 치마선 속에 감춰두기 일쑤인 여체의 미끈한 다리를 허공을 휘저으며 입체화된 다양한 춤사위로 한국춤의 애매한 표현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지극히 아름다운 몽환의 세계가 펼쳐지는 무대에 남녀의 애욕이 출렁이는 도발적인 춤짓, 속도, 에너지 그리고 형태와 공간의 변화로 한국 춤의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처용무 속에 담긴 음양오행의 철학, 처용의 이야기가 갖는 인간의 나약함과 욕망, 해학과 용서를 통해 동시대인의 정서를 음미해볼 수 있다.

오방색을 오행 대형의 변화에 따라 색상과 공간의 미학이 살아나도록 안무했다.

음악은 처용춤에 나오는 전통음악 '언락', 궁중음악 '수제천', 창작음악 '천부경' 등을 조합해 사용했다.

정은혜 교수는 “처용은 우리 역사에 남을 한국인의 덕목을 상징한다. 처용무의 의미와 그 속에 담겨있는 사상과 철학을 창작무용화해 현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처용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 시키고자 했다”며 “처용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인이 공감하는 창작품으로 한국춤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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