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촉발된 IT 중심의 제품·기술·서비스의 융합은 IT-의료, IT-에너지, IT-자동차 등으로 융합의 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한때 IT 버블로 침체기에 빠졌던 IT산업은 융합의 시대를 맞아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IT 융합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융합제품간 상호호환성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보조를 맞춰 이러한 호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기술의 규격을 정하고 있는 표준의 중요성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만일 자신의 기술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면 표준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정해진 표준을 따라야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글로벌 기업의 특허전략들을 보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난쟁이처럼 표준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특허를 태워서 그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허가 표준특허다. 우리나라로부터 한해 수억달러씩 특허 로열티를 받고 있는 퀄컴은 CDMA라는 이동통신표준에 자신의 특허를 포함시켜 특허의 가치를 극대화시켰고, 인터디지털이라는 특허전문기업은 2·3세대 이동통신 표준특허를 이용해 국내 굴지의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수억달러씩 특허 로열티를 가져갔다.
물론 우리 기업도 미국 디지털 방송통신 표준에 포함된 표준특허를 가지고 한해 1억달러 가까이 벌어들이고 있는 다소 고무적인 경우도 있다. 이렇듯 표준특허는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표준에 독점적 권리인 특허를 결합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상품이다.
그럼 우린 표준특허를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특허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IT분야 주요 국제표준화기관에 등록된 표준특허는 전체의 3.1%, 세계 6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봤을 때 세계 6위라는 순위는 가슴 뿌듯하지만, 그 절대적인 비중은 미국의 13분의 1, 일본의 7분의 1 정도로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전기전자분야 기술무역수지 적자폭이 25억달러로 전년대비 58%나 늘었다. 이런 현상은 IT를 기반으로한 융합시대가 본격화돼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렇게 영향력이 큰 표준특허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표준특허를 만들려면 R&D, 표준화, 특허 각각의 개별역량을 모두 갖추고 그 내부의 협업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표준화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한 R&D를 통해 표준안을 제안하고 특허를 출원해야한다. 또한 최소 3년 이상 걸리는 표준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제안된 표준안에 맞춰 출원한 특허도 끊임없이 수정하여 최종 표준에 부합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가야한다. 하지만 우리 상황을 돌아보면 국내 대학, 기업, 연구소가 이런 역량을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최근 특허청은 우리 기업, 연구소의 부족한 역량을 채워주는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R&D와 표준화 역량을 갖춘 기관에 표준특허 조사·분석을 지원해 자신들이 만든 국제표준안에 특허가 스며들어 향후 표준특허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표준안이 국제회의에서 채택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상대국 표준화 참여자의 표준특허를 분석하여 대응할 수 있는 전략도 지원한다. 또한 R&D와 특허 역량만 갖춘 기관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진 특허 중에 표준특허가 있는지 발굴해줘 로열티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물론 기초적인 표준특허 역량을 배양하기 위한 교육도 병행한다. 이 과정에서 특허청을 비롯한 국내 표준유관기관, 기업, 연구소 등과의 긴밀한 상호 협력은 필수적이다.
특허청의 이러한 사업이 표준특허에 관한 모든 부분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표준특허 역량이 한층 업그레이드돼 머지않은 미래에 기술로 돈 버는 그런 나라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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